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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너드커넥션 “가짜가 되고 싶진 않아요”

너드커넥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음악, 흘러간 여름, 다가올 내일, 그들을 지탱하는 것들에 대해.

 

 

1.  [RSK] 자기소개하며 시작해 볼까요?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 세 가지를 들어서요.

 

연태: 안녕하세요. 드럼 치는 신연태입니다. 저는 너드커넥션의 북쟁이, 완력, 운전기사입니다.

 

승원: 안녕하세요. 너드커넥션의 청순, 가련, 단아함을 담당하는 최승원입니다.

 

영주: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해탈의 정신을 계승하는 서영주입니다.

 

재현: 락쟁이, 헬스중독, OTT 중독자인 너드커넥션의 베이시스트 박재현입니다.

 

 

2. [RSK] 종이를 날려버리고, 머리를 쥐어뜯고,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고함을 치기도 했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와 함께한 화보 촬영, 어땠나요?

 

승원: 콘셉트가 확실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저희를 표현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 따른 감정을 표현한다든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들이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또한 함께해주신 감독님, 작가님들 모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금방 적응했어요.

 

 

3. [RSK] 모든 멤버가 처음엔 수줍게 시작해, 셔터가 눌리자 극적인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서로가 촬영하는 모습도 지켜봤는데, 가장 포토제닉했던 화보 장인을 뽑는다면?

 

승원: 연태 형을 뽑습니다. 현실에 진짜로 존재하는 악덕 사장 같은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연태: 서영주를 뽑습니다. 겁먹은 신입 사원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영주: 서영주를 뽑습니다. 실제로 쫄았기 때문에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습니다.

 

재현: 박재현을 뽑습니다. 개인 샷 오케이가 가장 금방 나왔기 때문입니다.

 

 

4. [RSK] 알고 계시죠? 너드커넥션에는 너드가 없단 말. ‘도둑맞은 너드’라는 말을 들을 땐 기분이 어때요?

 

영주: 여러분이 잘 모르시는가 본데 저희는 네 명 모두 너드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므로 ‘도둑맞은 너드’라는 표현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훔친 적이 없습니다.

 

 

5. [RSK] (인터뷰일 기준) 곧 데뷔 6주년이에요. 데뷔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죠? 지금 딱 한 장면을 떠올린다면, 어떤 장면이 떠올라요?

 

재현: 저희는 만장일치로 저희의 첫 시작을 떠올립니다. 신촌에 있던 모 찜닭집에서 결의를 다졌던 기억인데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곳에서의 기억이 저희를 다시 한번 하나 되게 해주네요.

 

 

6. [RSK] 곧 정규 2집 [그래도 우리는] 발매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번 앨범은 어떤 앨범이에요?

 

승원: [그래도 우리는]은 총 14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어떠한 메시지입니다. 매일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우리의 인생이 각자 어떤 끝으로 수렴하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내고 있고,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그 여정은 이미 멋진 것임을 세상에 선포하고 싶었습니다.

 

 

7. [RSK] 14개의 트랙, 수많은 구절 중 가장 이 앨범을 잘 표현한 구절은 어디라고 생각해요?

 

승원: 2번 트랙인 <Psychiatric Hospital>의 ‘In this place I'm in, Everyone is crazy’입니다. 가끔 저는 이 세상이 거대한 정신병원이고 모두 각자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태: 4번 트랙 <CASH>에서 ‘In this world of capitalism, money is everything’, ‘Love is everything, love is everything’. 이 두 가사가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고 돈을 외치지만 마음으론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외로움에 발버둥 치는 양면성이 느껴져요.

 

재현: 7번 트랙인 <사랑을 닮은 이유로>의 ‘날 사랑해 주는 건 왜 이리도 아플까요’입니다. 항상 타인과 저를 비교하고 저의 못난 점만을 보곤 해서 절 사랑해 주는 법을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영주: 12번 <가장 높은 인연>의 ‘그리고 우린’이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부분이요. 결국 우리는 우리가 될 거고, 그 마지막은 짜릿할 겁니다.

 

 

8. [RSK] 너드커넥션 음악 전부를 통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절을 꼽는다면요?

 

영주: <29> 중 ‘춤을 춰 리듬엔 맞지 않는대도’. 박자에 맞든 말든, 그냥 꾸준히 내가 느끼는 재미를 잃지 말고 살고 싶어서요.

 

승원: <Where Are We>라는 곡의 ‘Just let it flow’입니다. 제 인생 모토예요.

 

연태: 그때그때 다르지만, 지금은 <파블로>라는 곡에 나오는 ‘내가 영원히 잠들 이 쓸쓸한 묘비 앞엔 더는 그 누구의 죽음도 없기를’이 생각나네요. 모두에게 쓸쓸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재현: <Losing Myself>의 ‘I'm losing myself’입니다.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 세상 아니겠습니까? 

 

 

 

9. [RSK] 무대 위에서의 나와 무대 아래의 나는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연태: 무대 위에서 보이는 텐션이 평소 아주 기분 좋을 때의 텐션이에요! 무대에 오르는 순간 텐션이 쭉 올라가요.

 

재현: 똑같다면 똑같고, 다르다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에서 저만의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고,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도 저만의 방식대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승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 있다면 시선이겠죠. 무대 위에서는 시선을 즐기려고 최대한 노력하지만, 평소 저는 시선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영주: 무대 아래의 나보다 무대 위의 내가 더 자유로워 보입니다.

 

 

 

10. [RSK] 멤버들은 원래 음악이 아닌 각자의 분야를 향해 가던 사람들이잖아요. 방향을 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때 나를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한 건 뭐였다고 생각해요?

 

재현: 그냥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평소에 말을 잘 못하는데 음악으로는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서. 

 

승원: 음악이 가진 힘을 느꼈고, 저도 그 힘을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태: 이전에 하던 일의 안정감 때문에 현실을 걱정하는 스스로에게 두려움과 오기를 느꼈어요. 지금 이걸 부수지 않으면 앞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영영 도전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음악은 지금이 아니면 시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영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유일하게 하고 싶고, 재미있는 건 음악뿐이었다는 사실이 저를 움직였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11. [RSK] 음악을 하며 새롭게 배운 게 있다면 그건 어떤 걸까요?

 

연태: 제가 모르던 저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됐어요. 음악을 할 땐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 걸 배웠습니다.

 

승원: 좋아하는 일을 해도 쉽지만은 않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하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현: 음악을 취미로 할 때만큼의 재미는 없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일이 돼버린 순간 재미만 추구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영주: 열정만 가지고 되는 건 절대 없다. 애매한 재능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 세상에 천재는 없다. 계속하는 사람만 있을 뿐… 등입니다.

 

 

 

12. [RSK] 음악을 만들 때, 들을 때, 부르고 연주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나요?

 

재현: ‘이게 진짜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태: ‘더 좋은 게 없을까?’ ‘이게 더 재밌으려나?’ ‘어떤 걸 전달하고 싶어?’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영주: ‘나는 지금 내 앞의 이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가?’ 혹은 ‘나는 지금 진심으로 이 노래를 다루고 있는가?’

 

승원: ‘이게 최선인가?’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별로 생산적인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노력합니다.

 

 

 

13. [RSK] 멤버들이 지향하는 건 어떤 음악이에요?

 

승원: 내가 나중에 들어도 좋을 만한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연태: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 처음 들었을 때의 향수가 묻어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영주: 언젠가의 누가 들어도 내가 처음 만들 때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음악입니다.

 

재현: 저는 목표를 늘 크게 잡습니다. 안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요. 재미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쩌는 밴드의 멤버로 기억되고 싶어요. 

 

 

14. [RSK] 각자가 생각하는 목표가 100이라면 지금 어느 정도에 와있다고 생각해요?

 

연태: 이제 막 시작한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한 것에 배 이상은 해야 조금 채워질 것 같아요.

 

재현: 정확한 수치론 말 못 하겠지만 흠… 20까진 오지 않았나 싶네요. 

 

승원: 목표가 명확히 있지는 않지만,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은 있죠. 그 열망에 비하면 반도 못 채운 것 같아요. 앞으로 채워나가야죠!

 

영주: 저의 목표는 죽는 순간까지 음악 안에 있는 겁니다. 현재 만 31세이므로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31퍼센트 채워졌네요. 계산 오차가 없도록 100살까지만 살게요.

 

 

15. [RSK] 앞으로도 잃고 싶지 않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뭐예요?

 

영주: 어떤 순간에도 내가 연주하고 있는 음악에 몰입할 힘입니다.

 

연태: 음악을 하며 느꼈던 여러 감정, 경험, 이 팀. 이제까지의 시간과 앞으로 쌓일 시간 속에 느끼는 것들 모두 지키고 싶고 잃고 싶지 않네요.

 

승원: ‘나’입니다. 가짜가 되고 싶진 않아요.

 

재현: 승원이 형이랑 똑같은 말을 하고 싶네요. 저 자신을 잃고 싶진 않습니다. 

 

 

 

너드커넥션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SA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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