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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중소기획사의 팬데믹 생존기

미디어들은 늘상 ‘빅4’의 뉴스로 K-pop의 세계를 재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팬데믹속에서, 골리앗 사이에 낀 다윗 들의 생존법이 어떠한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2021년 5월 어느 일요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는 보이그룹 ‘머스트비’의 온라인 콘서트가 한창이다. 그들은 캠핑을 떠나는 테마의 온라인 콘서트를 V라이브를 통해 선보였고 그들의 라이브에는 약 5000명의 시청자가 몰려와 시청 중이었다. 이날 ‘머스트비’의 온라인콘서트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리허설을 포함해 실제 방송 시간인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가량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 종료 후에도 일은 계속된다. 1:1 온라인 미팅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각 멤버가 팬들과 1:1 화상통화를 통해 정해진 시간 동안 소통하는 것이다. 이 1:1 미팅이 끝나야 비로소 이날 공연의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된다.

.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수익은 거뒀네요.” 이 보이그룹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머스트엠 엔터테인먼트 정호성 대표가 밝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이 사업을 벌이기 전 기획사 직원부터 패션, 캐릭터, 스튜디오 등 각종 사업을 벌여온 문화사업 전문가다. 그는 팬데믹 초창기에 모든 한국의 기획사들이 대안을 찾지 못했을 때 아끼는 직원도 내보내야 했을 만큼 사업상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비단 머스트엠 엔터테인먼트뿐만이 아니다. 빅4(하이브, SM, YG, JYP)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획사는 회사의 몸집을 줄이고 계획된 앨범 발매를 늦추거나 팀을 해체하는 등 사업적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팬데믹 속에서도 ‘머스트비’처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흔히 ‘빅4’라 불리는 K-pop 대형 기획사들은 올해 3월 말 영업보고서를 통해 그간의 사업성과를 보고했다. 지난해 상장한 빅히트는 7962억8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매출 5872억2000만 원보다 35.6%가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도 987억4000만 원에서 1455억1000만 원으로 뛰어 47%나 증가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2552억6000만 원으로 2019년(2535억700만 원)보다 매출액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53억5000만 원에서 2020년 107억4000만 원으로 두 배로 늘었다. JYP는 매출액이 1554억3000만 원에서 2020년엔 1443억9000만 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441억3000만 원으로 2019년의 434억5000만 원보다 7억 원 남짓 증가했다. YG와 JYP는 모두 콘서트 공연수입이 90%가량 감소했지만, 음반·음원 사업의 수입에서 만회했다. YG는 음반 사업이 410억9000만 원으로 전년도(364억3000만 원)보다 12.8%가량 늘었고, JYP도 570억5000만 원에서 748억6000만 원으로 31%가 증가했다. 한편 SM의 매출액은 2019년 6578억2000만 원에서 2020년 5798억7000만 원으로 11.8%가량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64억9000만 원을 기록해 '마이너스'는 아니었지만, 전년도(403억9000만 원)와 비교하면 83.9%가 하락했다. 이들 빅4는 글로벌 아이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로서 직접 공연수입의 손실을 음반 판매와 음원 수익 부분에서 메꿨다.

그러나 이 그룹에 끼지 못하는 중소규모의 엔터테인먼트들은 사정이 다르다. <비즈니스포스트>의 2020년 9월 6일 기사에서는 소개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 산업계의 손해 규모가 2020년 상반기에만 876억9천만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엔터테인먼트업계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빌어 “비대면 공연 등을 중소 연예기획사가 하기에는 장비나 인력, 기술 등 전반적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사나 공연산업 전반에 걸쳐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기획사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손해들을 메꾸기 위해선 팬들과 직접 만나지 않는 모든 사업 부문의 수익을 극대화해야만 한다. 그중 가장 직접적인 큰 수익은 아무래도 온라인 콘서트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벌어졌던 ‘사인회’를 대체하는 1:1 화상통화도 매우 중요한 비대면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콘서트에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팬들하고 직접 대면이 없어 여러모로 힘듭니다. 방송을 하더라도 아티스트들이 팬들의 응원을 받아 에너지도 받고 그래야 하는데, 이런 변화가 애로사항으로 다가오네요” 공연이 끝난 후, 머스트엠 정 대표는 토로했다. 팬들과 직접 만나지 못해 울상짓는 팀은 또 있다.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은 작년 ‘Feel good’ 활동 당시 연습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회사의 스태프들이 기습적으로 팬 대신 무대 응원을 해주자 멤버들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는 무대의 예술가들에게 팬들의 성원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역설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K-pop 기획사들은 서둘러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 특히 자체 콘텐츠 생산을 위해 영상제작팀을 서둘러 구성하고 있는데 대형기획사뿐만 아니라 웬만한 중소 기획사들도 PD, 작가, 촬영자, 편집자 등 최소 4인으로 구성된 영상 콘텐츠 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온라인 콘텐츠 콜라보레이션과 온라인 홍보로 수익 방향을 바꿔나가고 있다.

음악방송의 경우에는 앨범의 활동 기간에 영향을 끼쳤다. 팬데믹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활동 기간을 4주 정도로 잡아 앨범 활동을 진행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일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단 2주간만 앨범 활동을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앨범 활동이 길어질수록, 방송 제작과 활동에 대한 비용이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아예 앨범만 발표하고 방송 활동을 건너뛰는 상황도 생겼다.

이처럼 대부분 K-pop 산업의 중소규모 엔터테인먼트들은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며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구상 어느 누구도 이 대유행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다만 오늘 만났던 머스트엠 정호성 대표처럼 희망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미 잡혔던 많은 스케줄들이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로 취소가 되다 보니 어렵게 준비한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흔들리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사업을 영위해나갈 생각입니다.”

‘머스트비’의 3집을 준비 중인 정호성 대표와 K-pop의 모든 관계자에게, 부디 여러분의 행운을 빈다.



ILLUSTRATION BY SILL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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