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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펼쳐진 가장 따뜻한 빛, 오로라(ORORA)의 ‘On My Way’

어둠 속에 펼쳐진 가장 따뜻한 빛, 오로라(ORORA)의 ‘On My Way’

 

공연장이 어둠에 잠긴 순간, 무대 위로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푸른 조명이 커튼을 따라 오로라처럼 펼쳐졌고, 그 속에서 싱어송라이터 오로라(ORORA)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이름을 닮은 빛과 함께 시작된 공연. 그 첫 장면은 단순한 무대 연출을 넘어, 이날 오로라가 들려줄 이야기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움츠려 있던 자신을 마주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며, 마침내 스스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 합정 벨르(Vel.R)에서 열린 오로라의 단독 콘서트 ‘On My Way’는 지난 9월 발매된 EP ‘On My Way (Extended)’의 전곡을 라이브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총 10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불안과 상처, 사랑과 화해, 그리고 새로운 출발에 이르는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오로라는 앨범에 기록한 내면의 이야기들을 무대 위로 옮기며, 자신의 음악적 세계를 관객들과 공유했다.

 

 

무대 위에서 오로라는 오랫동안 자신을 움츠리고 지냈던 시기가 있었다며 담담한 고백을 전했다. 그 고백은 앨범이 담아낸 감정과도 맞닿아 있었다. ‘On My Way’가 이야기하는 성장은 단순히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멈춰 있던 자신을 이해하고, 외면했던 감정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일 역시 성장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공연을 관통한 메시지 중 하나는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아이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꿈으로 가득한 아이, 때로는 상처받고 울고 있는 아이. 오로라는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그 어린아이를 외면하는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인 동시에 오랜 시간 자신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처럼 다가왔다.

 

특히 ‘Crying Child’가 다루는 내면의 어린아이는 이번 공연의 정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지나온 존재로 여기기 쉽지만, 당시의 감정과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로라의 음악은 그 기억을 지우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불완전하고 연약했던 순간까지 현재의 자신을 이루는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 존재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오로라가 노래의 가사를 건네면 관객들은 목소리로 화답했고, 객석에서는 휴대전화 플래시가 하나둘 밝혀졌다. 처음에는 무대 위 한 사람을 비추던 빛이 이제는 객석 곳곳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오로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동안 관객들 역시 각자의 목소리와 빛으로 공연에 화답했다. 그 순간 공연은 아티스트가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응답하는 경험으로 확장됐다.

 

흥미로운 점은 무대의 시각적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정서의 대비였다. 푸르고 보랏빛이 감도는 조명은 몽환적이고 때로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그 안에서 오로라가 전하는 이야기는 따뜻하게 다가왔다. 오랫동안 움츠려 있었다는 고백과 내면의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바람은 거창한 위로의 언어보다 더 직접적인 진심으로 느껴졌다. 마치 차가운 어둠 속에서 발견한 작은 온기처럼, 그녀의 음악은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위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서사는 오로라 자신의 음악적 여정과도 연결된다. 과거 ‘컬러링 베이비 7공주’의 리더 오인영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던 그녀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싱어송라이터 오로라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의 활동이 그녀를 설명하는 하나의 기억이라면, 지금의 음악은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현재에 가깝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해 온 과정은 ‘On My Way’라는 제목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앨범에 수록된 ‘Apocalypse’, ‘Siren Song’, ‘Hold My Breath’, ‘Orchid’ 등의 곡은 서로 다른 감정을 다루면서도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하나의 서사로 연결된다. 특히 다시 넘어지더라도 자신의 믿음대로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가사는 이번 공연이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상처를 인정하는 일이 곧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까지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새로운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앨범 전반에 녹아 있다.

 

 

공연 중 무대에 투사된 또 하나의 가사는 자신이 발견한 가장 큰 사랑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날 공연이 남긴 메시지를 함축하는 대목이었다. 오로라가 노래한 사랑은 완벽한 자신을 향한 확신이라기보다, 여전히 울고 있는 마음속 어린아이까지 끌어안으려는 태도에 가까웠다.

 

 

어둠 속에서 오로라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한 사람. 그리고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자신의 목소리와 빛으로 화답한 관객들. 무대의 첫 장면에서 시작된 빛의 이미지는 그렇게 공연을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이어졌다.

 

‘On My Way’는 완성된 도착점을 선언하는 제목이 아니다. 아직 걸어가는 중이라는 고백이자, 다시 넘어지더라도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오로라는 그 여정을 노래했고,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지난 10월 22일 공연장에 펼쳐진 오로라는 단순히 눈으로 바라보는 빛이 아니었다. 오래 움츠려 있던 마음을 비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의 마음속 어린아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었다.

 

 

사진 제공 = 오로라(ORORA), J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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