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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K-가족의 탄생 - 가족계획(쿠팡플레이, 2024)

<가족계획>이 그리는 가족은 매우 기이하다. 영수(배두나)와 철희(류승범)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특교대의 비밀 훈련을 통해 평범함을 넘어선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연쇄살인범, 일진, 조폭, 성범죄자들과 맞닥뜨리며 상상치 못할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다. 초능력을 통해 악과 싸운다는 점, 가족 간의 관계가 서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설정이 <무빙>(디즈니플러스, 2023)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는 5명의 초능력자들이 어떻게 금수시에 적응해 가는지 그 과정에 집중한다. 금수시의 범죄자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새기는 초능력자들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가족과는 분명 다른 존재들이다.

 

 

그러나 <가족계획>에서 느껴지는 기이함은 이들의 초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영수와 철희, 지훈(로몬)과 지우(이수현), 강성(백윤식)은 겉보기와 달리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 특교대의 엄마(진수연)에게 도망치며 모인 이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족으로 모였을 뿐이다. 때문에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수평적 관계에 기반한 가족 공동체를 꿈꾸며 서로에게 의지한다. <가족계획> 속에서 기존의 가족공동체가 해체되거나 일그러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이들의 기이함은 더욱 증폭된다.  

 

 

그간 한국에서 가족은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혈연의 공동체를 의미해왔다. 혈연으로 엮인 가족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었으며 세계로부터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때문에 과거의 K-드라마가 그리는 가족의 세계는 낡고 비루할지라도 언제나 따뜻하고 안전한 기억의 집합체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가족은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비혼과 저출산, 1인 가구가 주류가 된 시대에 따뜻하고 안전한 가족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OTT 이후 K-드라마에서 가족이 처참하게 해체되고 사라지는 현상을 그저 유행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계획>이 끈끈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제도의 외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현실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이들은 삶을 공유하고 위로를 나누며 서로를 가족으로 묶으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유치하기까지 한 기이한 가족계획은 제도의 바깥에서 삶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연대로 바뀌고 있다. 집을 공유하는 하우스메이트(<청춘시대>(JTBC, 2017~2018)), 함께 끼니를 나누는 친구<조립식 가족>(JTBC, 2024), 혹은 계약으로 이어진 부부(<트렁크>(넷플릭스, 2024))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가족을 찾으려는 시도는 점차 그 외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무너진 제도의 외부에서 새로운 가족 공동체의 기억을 찾으려는 K-드라마의 탐색은 아마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사진출처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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