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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만트라처럼, 마음을 섬세하게 보호하는 UMI의 세계

우미(UMI)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으로, 그녀의 예명인 ‘UMI’는 일본어로 바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네오 소울과 알앤비의 색채가 묻은 음악의 껍질을 한 꺼풀 들춰보면, 내면을 어지럽히는 온갖 부유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UMI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특정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며 잡음을 없애는 불교의 만트라처럼, 그녀는 사랑을 자주 떠올리며 스스로를 보듬는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UMI의 음악을 찾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마음이 탁해질 때마다 바다를 찾게 되는 걸 보면.



 

1. [RSK] 새 앨범 얘기부터 하고 싶어요. [talking to the wind]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talking to the wind]는 제가 혼란스럽거나 길을 잃었을 때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이 제게 말을 거는 느낌을 담아낸 앨범이에요. 지난 1년 동안, 바람은 제게 많은 평화와 명료함을 줬어요. 바람에 감사해하는 EP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들으면 마치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는 듯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 [RSK] 이번 앨범은 2022년에 발매했던 정규 앨범인 [Forest in the City]와 이어지는 듯 해요. 바람, 숲 등 자연적인 요소를 노래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자연을 좋아해요. 자연은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억할 때, 자연이 우리에게 평화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3. [RSK]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앨범을 작업 과정은 마치 씨를 뿌리는 것 같고, 발매 후의 기분은 씨앗에서 자라난 꽃을 나눠주는 기분”이라고 했죠. 저는 이 표현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는데요. 새로이 기른 꽃을 나눠주고 있는 요즘은 어떤 기분인가요? 


 

정말 행복해요. 작업 과정을 믿으며 끝까지 마무리한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저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이제 투어를 돌면서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겠어요. 기대되네요.



 

4. [RSK] 또한 방탄소년단 뷔와 함께 <wherever u r>라는 노래를 내기도 하셨어요. 두 분의 콜라보 소식이 큰 화제였는데요. 어떻게 이어진 인연인지 궁금해요.


 

인터넷을 통해서였어요. 작년 10월에 인스타그램에 제 음악을 공유해주신 걸 보고, 제가 메시지를 보냈어요. 내 노래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내용으로 보내는데, 그때 옆에 계시던 어머니가 ‘함께 노래해 보자고 말하는 건 어때?’라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래서 보냈죠. 좋다는 답변이 왔고요. 이후 온라인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노래를 만들었어요. 6월 13일에 곡 작업을 시작해서, 반쯤 완성한 곡을 보냈고 두 번째 절은 뷔와 함께 썼어요. 뜻깊었죠. 되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과정이었어요. 



 




5. [RSK] 뷔는 디테일에 엄청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Ah’하는 짧은 부분을 4가지 버전으로 보내셨다면서요.


 

그는 자신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신경을 써요. 감정이 풍부하고 세심하게 듣는 사람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들리기를 원하는지 알고 있죠.


 


6. [RSK] <wherever u r> 앨범 커버는 맥북 화면 같아요. 포토 부스에 찍힌 사진이나, 메모장, 에어드랍의 이미지들이 담겨 있는데요.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나요?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는 사랑?


 

좋은 질문이네요. 거리감을 나타낸 것 맞아요. 요즘 우리는 인터넷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삶의 장점도 분명히 있고요. 또한 우리와 가까운 사람 중 몇몇은 종종 우리와 멀리 떨어져 살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는 페이스타임을 통해 대부분의 대화를 나누어요. 저는 이게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연락을 유지하는 방법이죠. 그래서 화려한 커버 아트보다는, 로우파이(lo-fi)한 느낌으로 가면 곡의 느낌과 어우러지겠다 싶었어요. 






 

7. [RSK] 이제 시간을 앞으로 돌려서 과거로 향해볼게요. 네 살 때부터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그때 쓴 일기도 있다고 하셨고요. 4살이던 UMI에게 노래의 영감이 되어주던 소재는 무엇이 있었나요? 


모든 것이요! 이를테면 제 인형,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놀던 것, 책 같은 것들요. 음악을 만드는 건 제게 놀이 같았어요. 랜덤하게 적었답니다. 


 


8. [RSK] 그때의 일기를 지금 다시 읽어보기도 하시나요?


 

맞아요. 하나 말해드리자면, 옛날에 저는 요정 대부모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부모님께. 오늘 저한테 새로운 펜이 생겼어요!” 같은 일기를 썼어요.(웃음)



 




9. [RSK] UMI의 음악을 들으면 시저(SZA),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가 연상돼요. 노래의 결이 매우 부드럽죠.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는 어떤 분들이 있나요?


 

방금 언급하신 분들을 비롯해 샤데이(Sade)나 디안젤로(D'Angelo) 같은 가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1980년대에 활동했던 아티스트인 마츠다 세이코(Matsuda Seiko) 같은 일본 팝 음악도요. 가스펠 음악을 들으면서 자란 영향도 있고요. 이 모든 것이 합쳐졌답니다. 


 

10. [RSK] 이제 소재를 옮겨서 명상에 대한 얘기를 드려볼까 해요. 명상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명상을 시작했어요. 당시 무대공포증이 심했고 자주 불안했어요. 평생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았어요.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있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고, 그런 불편한 감정이 정상적인 건 아니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에 들어가서 10분짜리 명상 영상을 찾았어요. 한번 해봤는데, 나중에는 울기 시작했어요. 마음이 그렇게 고요해졌던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때 이후로 명상을 배우기로 마음먹었고, 매일 명상을 해오고 있어요. 명상은 제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을 줬어요.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11. [RSK] 명상과 음악의 연관성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요. 둘이 관련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명상이 한 가지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고 느끼거든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져요. 관객분들 속에서 오로지 저와 제 목소리만 있을 뿐이에요. 


 


12. [RSK] 첫 번째 정규 앨범 [Forest in the City]를 발매한 후 진행했던 투어에는 명상이 함께 진행되었었죠. 이 경험을 팬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유는 뭐예요?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저는 팬들과 사람들을 많이 신경 써요. 만약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즐긴다면, 그들 또한 저에게 도움이 된 것들을 즐기게 될 것이라는 뜻일 거예요. 그래서 친구가 ‘이거 한번 해볼래?’라고 제안하는 것과 같죠. 사람들이 많이 듣고 존경하는 예술가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 것을 공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그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13. [RSK] UMI 님은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네요.


 

감사합니다. 큰 의미가 있는 말이에요.






 

14. [RSK] <bird's eye view>를 들었을 때 가사에 푹 빠져들어서 한동안 이 노래만 들었던 기억이 나요. 스스로를 구원한 사람의 해방감이 느껴졌거든요. 이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어요.

이건 처음 받는 질문이네요. 우선 그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그 노래를 좋아하고, 라이브로 부르는 걸 좋아해요. 저는 ‘만트라'와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데요. 만트라는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반복해서 되뇌는 걸 말해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강력한 일이죠.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품도록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긍정적인 분위기의 곡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듣는 순간 내 생각을 바꿔주는 곡이요. 친구랑 같이 곡을 쓰면서 저희는 어린 시절을 비롯한 그동안 겪은 일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어요. 부모님에 대해 얘기도 했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보면 부모님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구나! 느끼게 되잖아요. 그들도 모든 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 그러면 그들을 용서하게 되고, 자기 자신과도 화해하게 되고요. 자기애를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얘기하다가, “이걸 노래에 넣자"해서 만들어진 게 <bird’s eye view>였어요. 


 

 

15. [RSK] 자존감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하죠.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자신을 사랑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이들에게 작은 팁을 주신다면?


 

저는 거울 명상을 해왔어요. 거울을 보고, 눈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부드러운 말을 건네요. 오늘도 잘 해내고 있고 사랑한다는 말들이요. 또한 창문에 비친 자신을 볼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요. 말을 귀로 담으면서 기억하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인위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계속하다 보면 여러분들이 그 단어를 느끼기 시작할 거예요. 그래서 이게 제 첫 번째 팁이에요. 실제로 여러 번 해봤는데,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16. [RSK] 방금 말해주신 게 많은 분께 도움이 될 거예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만약 동물이나 식물로 태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나요?


 

이 질문 정말 좋네요. 제가 좋아하는 동물인 돌고래가 되고 싶어요. 또 돌고래는 정말 똑똑해요. 아직 우리가 돌고래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식물이라면 커다란 오크 나무가 되고 싶어요. 거대함은 마치 그들의 영혼 깊이를 나타내는 것 같죠. 나무는 많은 동물의 집이기도 해요. 오크 나무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람쥐, 아기 새 같은 모든 동물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UMI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ESTH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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