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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 10CM·웨스턴 카잇·결·케니더킹·이강승

10CM가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음악이 시작됐던 장소로 눈을 돌려서. 리메이크의 대상이 된 건 오래된 노래의 주인이 아닌, 저마다의 음악 세계를 막 펼쳐나가기 시작한 홍대의 인디 뮤지션들. 웨스턴 카잇, 결, 케니더킹, 이강승. 네 사람의 노래가 10CM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10CM는 지나간 초심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을, 인디 아티스트들은 본보기가 될 선배 뮤지션과 함께하는 기회를 가진 셈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교감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낸 다섯 사람,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앨범 [Remake 1.0]. 그 안팎에 남은 사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건져 나열해보았다. 

 

 

1. [RSK] 각자의 하루는 보통 어떤 루틴으로 흘러가요?

 

10CM: 저는 너무 단조로운데요. ①일어나서 ②작업실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③집에 갑니다. 요즘은 ①과 ② 사이에 운동을 하는 날도 있어요.

 

케니더킹: 저도 비슷해요. 연습과 작업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가는 날이면 출근을 합니다. 운동은 일어나서 바로 갈때도 있고, 저녁에 갈 때도 있고요.

 

결: 지금은 정규 앨범 준비가 막바지 단계라 집중 모드에 들어갔어요. 그간의 하루는 눈뜨면 녹음, 끝나면 집안일 잠깐, 그후엔 다시 잠을 자곤 한답니다. 중간 중간 개 산책과 밥 주기 정도가 낙이 돼주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SNS가 반려동물 계정이 돼버렸답니다. 

 

웨스턴 카잇: 정해진 하루 루틴이 없고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입니다. 2023년엔 꼭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강승: 제 하루에도 루틴이 없어요. 생각해 보니 어떻게든 굴러가는 게 신기하군요.





 

2. [RSK] 10CM와 처음 만났을 땐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당시 감정은 어땠는지도 듣고 싶어요.

 

이강승: 그의 인자한 웃음과 저의 뻘쭘한 인사가 기억나요.(웃음) 형은 실물파입니다.

 

웨스턴 카잇: 처음 뵀을 때 너무 떨려서 거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는데요. ‘제 곡 리메이크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되려 ‘더 감사하다’고 하셔서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결: 처음 미팅 제안이 왔을 때 ‘리메이크’라는 말만 듣고 10CM의 명곡이 워낙 많으니 제가 리메이크를 하는 건 줄 알고 <Talk>나 <HELP> 같은 곡을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말하려 했는데 어머나, 제 노래를 직접 불러주시는 거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 노래를 커버한 어떤 음악이나 영상도 낯부끄러워서 끝까지 본 적이 없는데 10CM의 <가끔 연락하던 애>는 데모로 나왔을 때부터 남의 노래처럼 기분 좋게 듣고 있습니다.(웃음)

 

케니더킹: 정열 님이 토트넘 팬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서, 토트넘 관련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당시에 긴장도 많이 했었고, 아직까지도 이 상황이 실감나질 않네요. 고교시절 우상과 대면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제가 따라부르던 노래를 부른 분이 제가 만든 곡을 부르시는 걸 옆에서 듣는 기분은,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요.





 

3. [RSK] 그 후, 다섯 사람이 함께 처음 모인 순간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져요. 

 

10CM: 다들 저처럼 낯을 가릴까봐, 대화가 단절되는 숨막히는 상황을 걱정하고 갔는데 기우였습니다. 저 빼고 다 인싸였어요.

 

이강승: 두근두근, 긴장, 설렘. 

 

케니더킹: 제가 8-90%의 내향형 인간이라서 너무나도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이미 내적 친밀감이 많이 쌓인 상태라 불편하진 않았어요.

 

웨스턴 카잇: 다섯 사람이 전부 함께 모인 건 롤링스톤코리아 촬영 때가 처음이었는데요. MBTI I, 즉 내향형들의 모임이라 겉으로 티는 안났지만, 다들 속으로는 무척 반가워했다는 걸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 함께 모인 자리는 처음인 만큼 서로를 존중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는 코로나 이후로 새로운 뮤지션을 거의 처음 만나봐서 말똥말똥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여쭙곤 했습니다. 이따금씩 다가오는 고요한 정적이 두려워서 아무 말이나 던진 것도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혹시라도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면 제가 부족하고 미흡한 탓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4. [RSK] 10CM 님은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여러 뮤지션들 중 특별히 네 사람을 택하셨어요. 케니더킹, 결, 이강승, 웨스턴 카잇 님의 어떤 부분이 특별하게 다가왔는지도 듣고 싶어요. 

 

10CM: 이강승 님은 일상적인 와중에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뮤지션이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신비롭지는 않고' 귀여운 분이셨어요.(웃음) 웨스턴 카잇 님의 경우에는 <짝사랑>이라는 곡이 임팩트있게 다가왔어요. 10CM도 <짝사랑>이라는 동명의 곡이 있는데, 제 버전과는 다른 화끈하고 멋진 느낌을 받은 거죠. 결 님의 음악에서는 지금까지의 연애 스토리가 저와 가장 비슷할 것 같은 묘한 동질감을 느꼈어요. 케니더킹 님은 처음 곡을 듣자마자 포근하고 달콤한 동시에 무엇보다 섹시하다고 생각했어요.
 
 

5. [RSK] 음악 작업을 할 땐 어떤 태도로 임하려 해요? 

 

10CM: 듣는 이가 최대한 행복할 수 있게.

 

케니더킹: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내가 좋으면 됐지’라는 경솔한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은 좀 더 좋은 거, 좀 더 멋있는 걸 찾으려고 하곤 해요. 하지만 결국엔 제가 즐거워야 된다는 생각도 계속 품곤 있습니다.

 

웨스턴 카잇: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발매한 음악이 많아질 수록 고민도 깊어지는데 너무 고민하기보다는 재미를 더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이강승: 요즘은 비우고 가벼워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언젠가는 다 비워내고 훨훨 날고 싶네요.

 

결: 가급적 루틴처럼 매일매일 하려고 합니다. 며칠만 안 해도 감이 떨어진다는 게 몸으로 체감되고, 그게 영상으로 박제된 일이 많아서요. 스스로 사이버 가수라고 호소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연습은 부지런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6. [RSK] 각자가 생각하는 뮤지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요?

 

10CM: 저의 경우에는 꾸준함과 건강함인 것 같아요.

 

이강승: 개그코드? 왜냐하면… 재미없으면 재미없잖아요.(웃음)

 

결: 이야기꾼의 자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음악을 많이 듣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노래는 왜 없지?’ 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똑같은 주제를 다뤄도 제 감정에 꼭 맞는 맞춤 옷 같은 노래는 있을 수 없다 보니, 그걸 채우고 싶은 욕구가 노래를 자꾸 쓰게 만듭니다. 그렇게 노래가 완성되고 나면 대개 다른 사람들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케니더킹: 고집과 융통성의 조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고집을 부릴 때와 물러설 때를 잘 구분하고, 서로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웨스턴 카잇: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발매할 때 수많은 과정들 속에서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꺾이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7. [RSK] 이번 앨범 외에, 자신의 곡을 딱 하나만 권한다면? 

 

10CM: <그라데이션>.

 

이강승: 두 번째 EP 앨범 [Korean Dream]의 타이틀곡인 <사랑이 너무 헤퍼>!

 

케니더킹: 가장 최근에 발매된 <farewell>이라는 곡을 추천합니다. 한국 나이로 이제 서른이 되었는데, 제 20대를 만들어 준 것들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는 곡입니다. 

 

웨스턴 카잇: 저는 <I LOVE YOU>를 권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발매한 곡인데요. 짝사랑 전문가로 살아온 오랜 날들에 대한 서러움이 폭발하는 곡입니다. 그래서 대문자예요.

 

결: <똑같은 만남, 다른 사람>이요. 싱글 커버로 쓴 응봉교에서 보이는 도시 야경도 노래와 어울리고, 현대인의 지루한 루틴을 사랑에 비유해 듣기 편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8. [RSK] 이 프로젝트 후엔 어떤 일들을 펼쳐 나갈까요?

 

10CM: 조만간 10CM 오리지널 신곡을 또 들려드려야죠.

 

웨스턴 카잇: 음원 발매 계획도 있고요. 최근에는 유튜브도 시작해서 영상도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공연도 할 예정이에요.

 

결: 2월 말에 정규 앨범이 계획돼있어 매일 매일이 전쟁이지만 수록곡은 너무 좋습니다. 얼른 들려드릴 생각에 기분이 들뜨고 설렙니다. 

 

케니더킹: 계속해서 만들어야죠. 올해는 이전보다 작업도 많이 하고, 공연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음악을 하는 게 재밌어졌거든요. 

 

이강승: 계획은 언제나 무겁기 때문에 어디로든 계획 없이 굴러가려고 합니다. 올해는 많이 만나고 싶어요~  



10CM, 웨스턴 카잇, 결, 케니더킹, 이강승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0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AHN HYE R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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