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Review

사라진 시차, 20세기 록은 영원히 살게 될까?

지난 11월, 라디오헤드(Radiohead)가 런던에서 7년 만의 복귀 공연을 펼쳤다. 톰 요크(Thom Yorke)와 조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를 비롯한 모든 멤버가 모였다. 이 시대 최고의 창작 집단은 첫 곡으로 무엇을 골랐을까? 그들의 선택은 명반 [OK Computer](1997)에 실린 <Let Down>이었다. 특유의 아르페지오 기타가 울려 퍼지자, 청중은 올 게 왔다는 듯 광분했다. 이 노래는 발표 28년 만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91위로 진입했다. 밴드의 네 번째 핫 100 차트 싱글이다. 
 

 “바닥의 벌레처럼 짓밟힌 채, 실망한 채 돌아다니고 있어” - <Let Down> 중
 

음악에 대한 영상을 기획하면서 의무적으로 차트를 살핀다. 요 몇 년간 20세기 록을 최신 차트에서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가장 큰 요인은 틱톡을 비롯한 숏폼 플랫폼이다. 라디오헤드의 <Let Down>은 카프카의 소설을 빌려 세기말 현대 사회의 무력감을 담은 곡이다. 그러나 이 맥락은 중요하지 않다. 심각한 노랫말이 틱톡에서는 일상의 웃픈 순간을 장식하는 노래가 된다. 다 끓인 라면을 바닥에 엎어 버린 상황에도 삽입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캐치한 파트가 있다면, 짧은 영상으로 가공하기 좋은 소스가 있다면 충분하다. 
 

21세기 마지막 스타디움 밴드인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는 2020년대에 들어 더 거대해졌다. 이들의 노래 <505>, <I Wanna Be Yours>는 틱톡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 진입했고, 밴드의 월별 청취자수는 웬만한 팝스타를 압도한다. 밴드 데프톤즈(Deftones) 역시 틱톡에서의 바이럴 이후 새 전성기를 맞았다. 뉴메탈의 공격성과 슈게이즈의 내향성을 모두 갖춘 이들의 음악은 Z세대 음악 팬의 기호에도 들어맞았다.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Running Up That Hill>은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 삽입된 이후 발매 당시(1985년)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어 빌보드 핫 100 차트 8위까지 올랐다. 새로운 청자가 모두 앨범 단위의 작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장르 팬은 아니다. [OK Computer]에 배어있는 세기말의 공포를, 케이트 부시의 아방가르드 미학을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전설 속의 명곡은 새로운 맥락을 부여받는다. 뮤지션의 손을 떠난 음악의 운명이 이렇다. 
 

지난해 한국 록 팬들 사이 최고의 이슈는 단연 10월 오아시스(Oasis)의 내한 공연 <Oasis Live ‘25 SOUTH KOREA>이었다. 이 공연의 주류를 이룬 20대 관객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90년대 록을 자기 세대의 산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동시대 팝 믹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거칠고 불완전한 미학을 대안으로 받아들였다. Z세대를 대표하는 03년생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는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 등 윗세대 뮤지션을 영웅으로 손꼽는다. 
 

이들은 모두 웹에서 최애 밴드의 전성기 시절 영상을 찾아보곤 했을 것이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의 2025년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13세~24세의 전체 오디오 청취 시간 중 60%를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가 차지한다. 이러한 소비문화 역시 올드 록의 신화를 공고히 한다. 음악과 청자 간의 시차가 사라졌다.
 

새해에도 올드 록이 차트에 등장할 것이다. 음악에 대한 콘텐츠를 수년째 만들어왔지만, 어느 곡이라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음악이 무한의 도서관 속에서 끄집어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시대다. 그 주체는 유튜브일 수도, 틱톡일 수도, 재결합 공연일 수도 있다. 2025년 신곡과 1970년대에 발표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명곡이 같은 타임라인에서 경쟁하는 동안, 음악의 현재성은 끊임없이 재정의된다. 알고리즘을 타고 망각의 늪에서 부활하는 록스타도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by 이현파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