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Show”는 그야말로 순진하다. 아레아 록의 방법론 위에 스윗하고 벅차오르는 멜로디와 댄서블한 리듬이 어울리는 곡이다.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 / 너무나 감격스러워’라고 운을 떼더니, ‘이것만큼은 맹세할게 / 내 전부를 다 바칠게’라는 터무니없이 순진한 고백을 팬들에게 바친다. 늘 직접적이고 단순한 어법을 구사해 온 데이식스의 음악에 익숙한 나에게도 그 순진함의 정도는 예외적이다. 앨범 제목은 또 어떠한가? 군 제대 후 완전체로 뭉친 첫 미니라는 것을 누가 혹시 몰라줄까 싶은 건지 직접적이다 못해 다소 유치하게 들릴법한 [Fourever]라는 타이틀. 네 명이서 영원히라니, 하지만 어떻게 이들의 이런 직접적이고 단순명료한 메시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 메시지 앞에 어찌 눈물이 핑 돌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은 데이식스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또 데이식스이기 때문에 그 이유가 더 명확한 제스쳐다. 단언컨대 이런 메시지를 이런 음악으로 풀어내고, 이런 감동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룹은 케이팝 신에 데이식스 하나뿐이다.
데이식스는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지난 한 해를 보냈다. 팀의 부재 속에서도 발매된 지 5년도 더 넘은 그들의 예전 곡들인 “예뻤어”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대중들에게 재발견되어 역주행의 신화를 썼고 (심지어 이 곡들은 그들의 신곡들보다 더 높은 순위를 마크 중이다), 남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거리와 클럽 등을 전전하며 느릿느릿 밟아올린 커리어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위치로까지 올랐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이유랄 것도 없다. 음악이 좋고, 가사가 좋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서. 하지만 음악에 더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하단 말인가. 별의별 특이한 컨셉이 케이팝의 문턱을 높이든지, 혹은 정반대로 터무니없이 짧고 쉬운 노래들이 챌린지를 도배한다. 글로벌 케이팝의 시대에 케이팝은 더 이상 영미권 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게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분명 낭만의 시대는 가고 있다. 그리고 데이식스는 어쩌면 낭만의 시대를 대표하는 마지막 케이팝 팀인지도 모르겠다.
[Fourever]의 모든 곡들은 우리에게 아주 최소한의 준비 과정만을 요한다. 우리를 쇼에 초대한 그들은 모두가 행복한 시대에 진짜 ‘행복'의 의미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가 하면(“Happy”), 잃어버린 길을 찾고 어둠을 밀어낼 수 있는 사랑의 힘에 대해 역설하고(“The Power of Love”), 너와의 ‘흑역사'가 내 머리속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널 제외한 나의 뇌") 경쾌하고 풍성한 멜로디와 시원스런 얼터너티브 사운드에 담아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기도 한다. 이어지는 두 곡은 앞의 곡들과는 사뭇 그 분위기를 달리한다. 마이너 스케일에 기반을 둔 우울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염세적인 사랑 노래(혹은 이별 노래) “나만 슬픈 엔딩"이 드라마틱한 구성과 리듬의 변화를 담은 곡이라면, “사랑하게 해주라"는 기존에 알고 있던 순수하고 직선적인 데이식스 스타일의 사랑 노래를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나 록 밴드 토토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화성 구조를 통해 풀어낸 곡이다. 특히 후자는 ‘사랑하게 해주라'라는 다소 예스러운 표현법이 인상적인데, 이 곡이 추구하고자 한 음악적 방향이 80년대 스타일의 소프트 록임을 감안하면 퍽 영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사소하지만 음악적인 노련함의 증거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마음을 움직이는 노랫말이면 충분하다는 다소 고전적인 접근방법은 여전히 데이식스의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점을 이 앨범은 또 한 번 확인시킨다. 더 이상 어떤 새로운, 아니 얼마나 더 좋은 곡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은 시점인 데다, 멜로딕한 록을 추구하는 그들의 정체성을 감안했을 때 좋은 멜로디가 갈 수 있는 길의 가짓수도 어느 정도는 한계가 명확할 듯싶지만, 이 앨범은 그같은 우려를 또 한 번 잠재운다. 곡 하나하나의 멜로디는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고,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아주 기초적인 어휘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데이식스만의 쉽고 명확한, 하지만 오로지 데이식스의 보컬을 통해서 전달되었을 때만 그 진실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특유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는 영케이의 능력에 또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평론가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확히 그게 어떤 메커니즘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해서 쉽게 복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만은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아마 사람이기도 하고 또 세월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 데이식스는 역주행하지 않았다. 걸음이 늦고, 다가가는 방식이 우직하고, 그래서 모두의 마음을 훔치는 데까지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일러스트 - MOZA,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