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피아니스트 릴리 마이스키가 오는 6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올해는 마이스키 부녀가 듀오 공연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서울 외에도 대구(5월 31일)와 강릉(6월 1일)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연주자인 가족과 함께 공연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샤 마이스키와 릴리 마이스키처럼 20년 동안 꾸준하게 활동하는 음악인 가족은 흔치 않다. 미샤 마이스키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라두 루푸, 넬슨 프라이레 등 많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들과 연주했지만 딸 릴리와 연주하는 것이 가장 특별하다. 릴리와는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고 얘기한다. 릴리 또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음악 듣고 자랐기에 어떤 스승보다도 아버지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첫 공연은 2005년 3월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릴리가 전문 연주자로 처음 무대에 서는 공연이기도 했는데, 이후 그녀는 재닌 얀센, 르노 카퓌송,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과 협업을 확장하였다. 마이스키 부녀는 이후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에스파냐>, <아다지에토>, <20세기 클래식> 등의 음반을 함께 작업했다. 특히 가장 최근 음반인 <20세기 클래식>은 스트라드誌로부터 ‘아버지와 딸의 조합이 만든 기적 같은 음악의 순간’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이번 리사이틀 공연에서 미샤 마이스키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그리고 20세기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베토벤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를 선보이고, 2부에서는 브람스 및 슈만 가곡과 슈만 환상소곡집을 연주한다. 1부가 형식적 정교함과 구조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낭만주의 소품들로 이루어진 2부는 보다 감정적인 섬세한 표현을 요한다.
그러나, 전체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베토벤 변주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고,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는 작곡가가 아내와의 갈등 관계에 있다가 다시 화해하고 재결합했을 때 쓴 작품으로 사랑을 할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한다. 2부의 브람스와 슈만의 가곡들은 대부분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이며, 마지막 슈만 환상소곡집은 사랑의 감정이 순간순간 변화하듯 자유롭고 즉흥적인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는 곡이다.
한 인터뷰에서 ‘나의 연주를 생애 처음 듣는 사람들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목하며, 감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는 마이스키의 생각이 반영된 레퍼토리이다.
독일의 디 벨트誌가 “완벽한 합이 빚어내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의 마법”이라 평한 마이스키 부녀의 최고의 호흡을 이번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