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의 속도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호지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화려한 악기 대신 키보드나 통키타 하나의 선율에 맞춰, 울림 있는 노래를 완성하곤 한다.
그렇다고 호지의 음악이 투박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장면의 인상을 판가름하는 OST부터, 원곡을 재해석해 다시 쓰는 커버 영상까지, 그의 섬세함은 늘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를 위로하는 곡으로 안식처가 되어주는 호지의 오늘은 어떨까? 그 대답을 천천히 따라가 본다.

1. [RSK] 안녕하세요! 먼저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시골에서 조용히 노래를 쓰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호지입니다. 말 그대로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음악을 만들며 지내고 있고, 이렇게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2. [RSK] 요즘은 어떤 루틴으로 지내고 있나요?
저는 알람 시계 없는 삶을 추구하고, 이제 드디어 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음악가이기도 하지만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어나면 주로 번역 일을 하거나 노래를 쓰고, 일이 없는 날에는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쉬는 날에는 게임과 영화 감상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시골집에 걸맞게, 추운 겨울에는 나베나 찌개류를 많이 해 먹고 있습니다.
3. [RSK] 자신을 ‘시골 아재’라 얘기하곤 하죠.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지금의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면요?
압박감이 사라졌습니다. 직장인 시절보다 그냥 더 행복합니다. 슬픈 노래 위주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보니 오히려 우울한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예요. 아티스트로서는 정말 생각할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조금 여유로워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라면, 예전보다 욕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물 흐르듯 살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4. [RSK] 개인 유튜브와 인스타 계정을 통해 커버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편이에요. 커버곡을 선정하거나 부를 때 꼭 지키는 나만의 기준이 있나요?
저는 정말 좋아하는 곡 아니면 안 올려요. 연습도 사실 좀 많이 하는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주로 30초짜리 영상 올리기 전에 약 3시간 이상 연습하고 올립니다. 가끔 마음에 안 들면 연달아 3~4일 같은 구간만 엄청 연습해요. 최근 협업 등으로 영상들에 조금 변화가 있을 예정인데, 더 멋진 영상 보여드릴 생각에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5. [RSK] 2019년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OST <In My Little Mind>로 본격 데뷔한 후, 간간이 OST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이 작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뭔가요?
OST는 마치 흑백 영화에 색을 입혀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없어도 상관없을 수 있지만, 추가되었을 때 한 장면의 감동을 증폭시켜 주는 요소들 중 하나라고 생각이 돼요. 저도 제가 참여한 OST가 나오면, 정말 아빠 미소를 짓고 보게 됩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면 제 모습이 아닌 한 장면과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그저 제 이야기가 아닌, 배우들, 연출, 그 한 장면에 연관된 모든 이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6. [RSK] 장면과 함께 소비되는 음악과, 온전히 혼자 서는 음악의 차이도 궁금해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그저 큰 그림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물론 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도 있지만, 주인공을 밀어주는 역할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이게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 최고의 ‘wingman’이 된 기분이에요. 온전히 혼자 서는 무대도 있지만, 확실히 제 마음이 가장 끌리는 곳은 역시 OST인 것 같아요.

7. [RSK] 호지의 목소리는 특유의 따뜻함과 쓸쓸함을 품고 있어요. 그 결은 어디서 온 걸까요?
조금 철학적인 척을 하자면, 제 생각에 행복은 이 순간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때 느껴지는 감정인 것 같아요.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애써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고요. 저는 노래할 때 그 감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끝’이라는 걸 아는 사람의 시점에서 노래를 많이 합니다.
8. [RSK] <Am I Okay?>와 <Stop Hating Yourself>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들리기도 해요. 이 곡들을 쓸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주변을 보다 보면, 사실 굉장히 흔하게 마주하게 되잖아요. <Am I Okay?>와 <Stop Hating Yourself>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 마음의 병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쓴 곡이기도 합니다. 가사를 보면 정말 대화하듯이 써 내려간 곡들이에요. 어찌 보면 특히 <Stop Hating Yourself>는, 제가 저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담긴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9. [RSK] <세상이 멈출 때까지>에서는 한층 더 깊어진 감성과 풍성해진 사운드가 느껴지는데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사운드적인 관점에서 풍성해진 이유는 제가 너무나도 존경하는 흥부(Heungboo)님이 편곡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음악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정말 편곡과 믹싱, 마스터링에 소속사 대표 공훈님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겁니다.

10. [RSK] 최근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는 OST 참여뿐 아니라, 작품 속 버스킹 장면에도 직접 출연했어요. 관련해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나요?
출연한 날 배우 김선호 님과 임철수 님을 직접 뵀는데,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노래가 너무 좋다고 막 말씀해 주셨는데, 얼어버려서 “아… 감사합니다”만 거의 무한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뵙게 된다면, “진짜 너무 멋지십니다. 다음에는 함께 출연할 때 너무 비교되니, 조금만 멀리 떨어져 주세요”라고 꼭 한 번은 당당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11. [RSK] 투 오브 어스(Two Of Us)나 오혜주와의 협업처럼 다른 아티스트와의 작업 후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요?
투 오브 어스는 정말 친한 지인들이라 작업이 너무 편했어요. 진짜 자주 백숙 먹으러 오는 친구들이에요. 이보다 편한 협업은 없었을 것 같아요. 오혜주 님과의 협업은 그저 큰 영광이었습니다. 최인희 감독님과 오혜주 님은 특히 멜로디 라인을 너무 예쁘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할 때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매번 정말 많이 감탄하게 됩니다.
12. [RSK] 실림(Sillim)이라는 듀오 활동도 시작했죠. 실림은 어떤 팀인가요?
아직 많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작업 중인 곡들은 감정 위주의 곡들입니다.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허전함을 많이 다루는 팀인 것 같아요. 앞으로 공연도 많이 할 예정이니, 조금만 천천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13. [RSK] 차기 솔로 앨범도 준비 중이라 들었어요. 작은 스포일러 가능할까요?
솔로 앨범을 내기까지는 조금 걸릴 것 같지만, 10곡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마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꼭 우리말로 된 곡을 포함하는 거예요. 현재 작업 중인 곡들은 모두 비교적 짧은 곡들이고, 일반적으로 벌스가 반복되는 곡들보다 <Stop Hating Yourself>처럼 코러스가 한 번만 나오는 곡들 위주로 낼 것 같습니다. 주제는 대부분 제 정신적인 상태와, 그 와중에 저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4. [RSK] 앞으로 호지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될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꼭 행복하시길 바라요. 밝은 면 뒤에 어둠이 항상 서리듯, 반대로 생각하면 어두운 면 뒤에는 항상 밝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노래를 듣는 모든 분들이, 각자 자기만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15. [RSK] 마지막으로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겨주세요.
제 음악을 통해 처음 인사드리게 된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 제 노래가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고 계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천천히, 오래 노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호지 공식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