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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양파 “양파, 까도 까도 새로운”

“양파. 까도 까도 새로운. 계속 새로이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양파라는 이름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울 그와 나눈 이야기.

 

1. [RSK] 근황으로 시작해 볼까요?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단독콘서트 준비에, 새 싱글 믹스 후반 작업과 실황 편집 등으로 바쁘게 지냈어요. 특히 이번 콘서트는 처음으로 VFX 실감 기술을 이용하고, 제가 직접 비주얼 콘셉트 기획에 나섰거든요. 오래 저장해둔 공연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또 지난 5월에 발매한 <Seoul>부터 신곡 <5:55>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꿈꿔온, 앨범 귀퉁이에 살짝 껴두었던 제 취향의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신나고 감회도 새롭습니다. 

 

 

2. [RSK] 요즘 즐겨듣는 노래 세 곡을 뽑아본다면?

 

당연히 후반 작업으로 귀에서 피 날 정도로 반복해서 들은 <5:55>, 최근 차에 타자마자 늘 첫 곡으로 듣고 있는,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미켈레 자릴로(Michele Zarrillo)의 <Cinque giorni>, 겨울에 딱 어울리는 친한 후배 성경의 <Maborosi>라는 연주곡. 노래를 오래 하다 보면 연주곡이 좋아져요. 멜로디가 있는 곡을 들으면 자꾸 분석하게 돼서. 작업 때문에 생각하며 듣는 게 아닌, 그저 즐기려고 듣는 음악이라 더 편하고 좋아요. 

 

 

3. [RSK] 이름에 관한 얘기도 하고 싶어요. 데뷔 당시에는 양파라는 예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해하기도 했다고 들었거든요. 예명에 대한 요즘의 마음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이 질문을 계속 받고 있는데, 아마 평생 받을 것 같죠? 2007년에 6년 만의 컴백을 앞두고 있을 당시, 이적 오빠가 지금이 아니면 바꿀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 이번에 꼭 바꾸라고 했던 걸 절감 중이랄까요. 그때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인 정재일 씨의 앨범에 듀엣 참여를 계기로 본명인 ‘이은진’에서 진을 뗀 ‘이은’으로 바꿀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양파에 대한 추억을 보존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있어 양파를 유지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또 새로운 세대들에게 “왜 이름이 양파예요?”라는 질문을 받다 보니 ‘그때 바꿀걸 그랬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영원한 돌림노래! 

 

 

4. [RSK] 참 많은 곡을 불렀습니다. <애송이의 사랑>으로 시작해 가장 최근 발매한 <Seoul>, <5:55>까지. 이중 나의 대표곡을 하나만 설정할 수 있다면 어떤 곡을 고르겠어요? 

 

당연히 <애송이의 사랑>이라고 답해야 마땅하지만, 가장 최근 곡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과거는 지나간 역사이지만 현재의 저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으니, 최근의 내가 담긴 곡이 지금의 나를 대표한다고 생각할래요. 그러니 <5:55>! 

 

5. [RSK] 대중에겐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특히 애착 가는 나의 노래를 하나 추천한다면요?

 

오래 활동하며 느끼는 좋은 점은 열아홉, 스무 살에 녹음했던 곡을 여전히 부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 이 곡 정말 잘 작곡된, 아름다운 곡이었구나’하고 어릴 땐 잘 몰랐던 것들을 깨닫는다는 거예요. 김현철 선배님이 써주신 <Missing you>가 양파 콘서트 공식 마지막 곡이라 다 같이 부르는데, 부르면 부를수록 ‘곡이 참 좋다’ 싶어요. 가사에도 당시 제 마음이 담겨 있어서 좋고요. 곡 중간에 팬클럽 친구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어서 그때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아 좋습니다. 

 

 

6. [RSK] 96년부터 지금 24년까지의 긴 시간을 되짚어볼까요?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떤 장면인가요? 

 

아무래도 음악방송 첫 무대 같아요. 97년 첫 데뷔무대, 2007년 6년 만에 컴백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 같은 라이브 무대요. 많이 떨렸어요. ‘어제까지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평범한 학생인 내가 지금 방송국에서 뭐 하는 거지? 텔레비전 속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게 말이 돼?’ 뭐 그런 기분. 첫 방송 당시 조명을 처음 받아본 순간엔 아득하게 깜깜한 곳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았는데, 객석에서 <애송이의 사랑>을 다 따라 부르던 게 기억나요. 소름 돋았지요. 그리고 법적 공방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컴백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 무대, 마치 데뷔 무대처럼 어색하고 떨렸는데 쓰러질 것처럼 휘청이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노랠 마쳤어요. 노래가 끝난 후 눈을 떴는데, 말 그대도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와 눈빛이 강렬했던 만큼 그 대비가 아직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7. [RSK] 당시 가수가 되면 이루리라 다짐하던 것들을 얼마나 이뤘어요?

 

너무나 못 이뤄서 아직도 에너지가 남아있나 봐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다 이루고 조로해 버리는 것보단 재밌잖아요. 저는 과거가 전생인 것처럼 까마득하고, 많이 잊은 듯한데, 도달해야겠다는 꿈은 한결같아요. 오롯이 저 혼자의 얘기로 만드는 정규앨범. 그 정규앨범 하나가 나오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정규앨범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고요. 

 

 

8. [RSK] 내가 뮤지션의 길을 걷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앨범을 꼽아본다면 어떤 앨범을 고를 거예요? 

 

보컬리스트로서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보디가드 OST [The Bodyguard - Original Soundtrack Album], 뮤지션으로선 비요크(Bjork)의 [debut] 앨범입니다. 음악적 지향점이 결정되기도 전에 보컬로 데뷔했기 때문에, 보컬리스트로서의 영감은 휘트니 휴스턴만 한 아티스트는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모두가 입 모아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컬리스트라고 하잖아요. 그만큼 보컬로서 저를 온통 지배한 사람이고, 많이 듣고 좋아했던 아티스트예요. 저 앨범이 나왔을 때 제가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연습도 많이 했고,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라는 노래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기도 했죠. 비요크는 데뷔 2년 차에 알게 됐는데,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이 음악만이 아닌 비주얼까지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어서 음악하는 태도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해준 아티스트였습니다. 음악도 정말 좋아했지만, 태도와 희소성 면에서 특히 영감을 많이 받은 사람 같아요.  

 

 

9. [RSK]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표현이 잘 어울릴까요? 

 

양파. 까도 까도 새로운. 그렇게 살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는데, 살다 보니 그렇게 되고 있나 싶은? 아직도 계속 새로이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0. [RSK] 대중이 갖고 있는 양파에 대한 오해도 있을까요?

 

똑똑할 거다, 세상 처세에 능할 거다, 도도하고 까칠할 거다. 뭐 그런 거 같은데. 아, 신비주의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소문난 허당이고, 신비주의는 의도한 게 아니고, 회사 사정으로 활동을 많이 못 해서 그런 거예요.

 

 

11. [RSK] 나를 자신 있게 해주는 건 뭐라고 생각해요? 

 

일상의 작은 루틴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그린 주스를 마시고, 식단을 지키고, 운동을 가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그 일상을 여유롭게 완수한 날에는, 내가 작아질 때도 나만은 내 편을 들어줄 수 있을 만큼 꽤 괜찮게 살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요. 

 

 

12. [RSK] 양파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삶. 이은진이 양파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유학도 가고 애쓰며 인간 이은진의 생활에 집중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와 보면 전부 양파의 음악 생활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었더라고요. 음악이 친구도 아닌 나 자체임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이젠 그것만으로도 벅차서 그게 100%를 차지하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고요. 언젠가 그렇지 않은 날이 올 때까지 바지런히 많이 만들어두려고요. 

 

 

13. [RSK] 곧 30주년을 앞두고 있을 만큼 오랜 시간 활동해 왔습니다. 이루고 싶은 건 다 이뤘을 것 같은 긴 시간인데, 그럼에도 아직 가수로서 목표하는 바가 남아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40주년에 어떤 콘서트를 하고 싶다’라는 목표를 몇십 년 전에 세웠었는데,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서 50주년 계획도 세워야겠습니다, 하하. 일단 곧 30주년이기에 한 해를 멋지게 장식할 이벤트를 지금부터 구상하고 있고, 전부 이뤄낼 수 있길 기도하는 중입니다. 사실 몇 주년이 저에겐 좀 부끄러운 게 그만큼 꽉 차게 활동하지도 못해서 팬들에게 늘 미안함이 커요. 팬들을 위한 기념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히 준비하려고 해요. 

 

 

14. [RSK] 이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2025년엔 정규 6집이 어떻게든 세상에 나올 거고, 또 여러 선후배 뮤지션과의 협업도 준비 중이에요. 사실 협업도 구상한 지는 10년이 다 돼갑니다. 이제 하나씩 발표할 거예요.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더 많이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방송, 유튜브 등 여러 매체에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요, 우리! Happy New Year! 

 

양파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im Moon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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