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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래원 “제 외로운 마음에 현실을 더했어요”

래원이 새 EP 앨범 [래원]으로 돌아왔다. 신보에는 외로운 감정에 현실을 더해 섞었다. 그렇게,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듯한 결과물이 완성됐다. 



 

1. [RSK] 1년 4개월 만에 새 EP 앨범으로 돌아왔어요. 신보는 어떤 앨범이에요?


 

이번 앨범도 지난 EP에 이어서 여전히 외로움에 대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상황, 같은 태도, 같은 분위기에 놓여있지만 이번 앨범만큼은 제 외로운 마음에 현실을 더했어요. 가사가 좀 더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 [RSK] 새 EP의 이름은 이름인 [래원]이에요. 지난 EP [원래]의 연장선 같기도 하고, 이름을 걸 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앨범을 만들 때마다 지난 앨범에 계속 미련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연장선으로 이어나간다는 건 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이 남아서가 아닐까요? 이름을 걸 자신이 있다는 뜻은 아니고, 이제는 이 이름으로 좀 더 당당하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 EP 앨범명을 [래원]으로 짓게 됐어요.


 

 

3. [RSK] 타이틀곡 <세상 따위 (Feat. BewhY)>는 어떻게 만들게 됐어요? 


 

<세상 따위 (Feat. BewhY)>는 정말 갑자기 만들게 됐어요. 그 당시에 철학적이고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그런 OTT 시리즈들을 많이 보고 있었는데, 그때 <빌어먹을 세상 따위>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게 됐어요. 거기서 영감을 얻은 것 같아요. 되게 가볍게, 생각나는 대로 물감을 칠하듯 막 풀어냈던 것 같아요. 마치 그 시리즈물의 주인공들처럼 세상에 소리치듯이. 제 안에 있는 얘기들을 무겁게 꺼내지 않고 가볍게. 프로듀서 Clayheart 형의 작업실에서 작업했는데, 정말 번개송처럼 30분 정도 만에 뚝딱 완성했어요.

 
 


 

4. [RSK] 타이틀곡에는 비와이가 지원사격으로 나섰어요. 함께 작업하면서 교류한 만큼, 많은 걸 느끼기도 했을 것 같아요.


 

비와이 형은 어렸을 때부터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아티스트인데, 이번 타이틀곡에 피처링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이 곡을 작업하면서 비와이 형이 떠올랐던 건 <Where Am I (Feat. Gaeko)>라는 곡 때문이에요. 결은 조금 다르지만 곡에서 느껴지는 세상에 대한 약간의 회의적인 시선 같은 것이 <세상 따위 (Feat. BewhY)>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아…. 비와이 형이 그런 얘기들을 또 풀어내면 곡이랑 정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5. [RSK]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딱 한 곡만 추천한다면 어떤 곡을 권할 거예요?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딱 한 곡만 추천한다면 5번 트랙 <동굴>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제 마음속에서 이번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는 곡은 바로 이 곡이에요. 지금의 제 상황과 마음을 돌려서 표현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냈어요. 외로운 마음을 동굴이라는 매개체에 빗대어 표현했지만 딱히 추상적인 트랙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있는 공간이 바로 동굴이니까요.

 


 

6. [RSK] <세상 따위 (Feat. BewhY)>의 뮤직비디오는 <뉴질랜드>의 마지막 장면과 이어져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어요?


 

<뉴질랜드>의 마지막 장면과 <세상 따위 (Feat. BewhY)>가 연결되는 건 생각만 해도 벌써 짜릿해요. 앞서 EP [래원]이 가지고 있는 EP [원래]와의 차이점이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부분에 있다고 했는데, 그걸 뮤직비디오로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두 곡에서 박탈감, 공허함, 회의감 같은 감정이 표현되는데, <뉴질랜드>는 망상이나 꿈에 대해 표현한 곡이고, <세상 따위 (Feat. BewhY)>는 현실에서의 모습을 표현한 곡이에요. 뮤직비디오에서도 이와 같이 <세상 따위 (Feat. BewhY)>는 실제로 세상에서의 고통받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연출했고, <뉴질랜드>는 꿈속이라는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7. [RSK] 앨범을 만들며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결정하잖아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어디예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앨범의 구성이에요. 누구나 살면서 사랑이나 외로움, 답답함,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저는 지금까지 한가지 감정에만 집중해서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았어요. 제 기분이 대체로 다운되어 있다고 해서 사소한 행복이나 사랑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음악적으로 좀 덜어내야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최대한 들을 때 편할 수 있게 사운드적으로 깔끔한 걸 추구했어요.
 



 
 

8. [RSK] 새로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음악적인 것, 아니면 그외의 것 모두 상관없이요.


 

앞으로 새로 시도해 보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우선 제 강점이기도 한 리듬감을 극대화한 랩을 더 많이 선보이려고 해요. 그리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멋있고, 유쾌하지만 힙한… 정말 어렵죠? 그래도 그런 느낌을 표현하면서, 더 성장한 모습과 더불어 자극적으로 다가가는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9. [RSK] 래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라임이에요. 즐겁고, 중독성 있고, 기발하다는 평도 많고요. 래원이 생각하기에 팬들이 래원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재미있어서인 것 같아요. 가볍게 듣기도 좋고. 노래방에서 자주 부른다는 분도 있고, 자동차에서 잠 깰 때 듣는다는 분, 정신 차릴 때 듣는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제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이 노래들을 만들 때 느꼈던 감정과 같을 것 같아요. 즐거운 킬링 타임이겠죠?

아무래도 자극적인 라임이 쓰인 가사의 곡들을 많이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 가사가 거의 라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사실 그건 빙산의 일각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이에요. 제 음악의 폭은 꽤 넓고, 마음을 울리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나 진지한 음악도 많이 있거든요. 

 


 

10. [RSK] 래원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의 기준은 뭐예요?


 

제 생각엔 감정을 극대화시켜서 쌓여있는 무언가를 해소해 주거나 기억에 오래 남게 해주는 데 도움을 주는 음악이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 기쁠 때 더 기쁘게, 슬플 때 더 슬프게, 미치고 싶을 때 더 미치게 만드는 거죠!

 
 


 

11. [RSK] 래원의 음악은 주로 어디에서 출발해요? 


 

제 음악은 주로 2가지에서 출발해요. 어떤 단어를 보고 라임이 떠오르거나 아니면 너무 외롭거나… 전자가 더 궁금하시겠죠? 예를 들어서 위경련이라는 단어를 봤다고 칩시다. 그럼 머릿속에서 정말 빠른 속도로 위경련~ 이경영~ 의 변명~ 이렇게 이어지죠. 근데 이제 이런 식의 가사가 살짝 질리는 타이밍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니 이번 앨범, 많이 들어주세요.


 

 

12. [RSK] 처음 음악을 했던 순간을 기억해요? 당시 래원은 어떤 시도를 했어요?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에픽하이의 노래로 랩을 막 하고 있었는데 친구 한 명이 ‘래퍼는 가사를 써야 한다. 너는 랩을 잘하는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 저를 자극하더라고요. 그때 충격을 받고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여기까지는 많은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내용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음악을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곡은 첫 EP 앨범 [FIXIBOY]의 <FIXIBOY>라는 트랙이에요. 학교를 다녀왔는데 그날 너무너무 너무너무 공허하고 슬펐어요. 아마 2018년 7월이었을 거예요. 저도 모르게 막 가사를 쓰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제 첫 앨범의 첫 노래가 완성되었습니다.

 


 

13. [RSK] 그렇게 해서 음악으로 처음 돈을 벌었을 땐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돈을 벌게 된 건 저작권료였는데, 13만 원 정도였을 거예요. 어디에 썼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맛있는 걸 사 먹었던 것 같아요. 이제 와 생각이지만 첫 페이를 어머니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긴 합니다… 물론 기분은 아주 좋았죠. 

 
 


 

14. [RSK] 음악을 하며 마주한 고민의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중 래원을 가장 고민에 빠뜨렸던 문제는 뭐였어요?


 

발성과 발음이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한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전에 제가 사이먼 도미닉 형님의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따라 부르려고 하니 발음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까 ‘나는 왜 이렇게 혓바닥이 짧지? 혀가 짧으면 어떤 특정 발음을 하기 어려운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안되니 망연자실해서 포기하려고도 했었고요. 그런데 음악의 달콤함이 저를 포기하지 못하게 했습니다.(웃음)

 
 


 

15. [RSK] 힘든 순간, 래원을 일으키는 건 뭐예요?


 

데뷔 전에는 제가 만든 음악이었고, 데뷔 후에는 내 음악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분들이 제 음악을 듣고 ‘정말 위로받았다, 감사하다.’ 이렇게 표현해 주시면 정말 큰 힘이 나요.

 


 

16. [RSK] 래원이 지금 여기에 닿을 수 있도록 한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베이식 형. 둘째, 스윙스 형. 셋째, 코스믹 보이 형. 어쩌다 보니 사람만 꼽게 됐네요.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저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언제나 필요했던 것 같아요. 코드 쿤스트 형, 팔로알토 형도 사랑합니다.


 

 

17. [RSK] 먼 훗날,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먼 훗날 저는 기리보이 형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의 감정도 움직이고, 앨범을 통해서 다양한 것도 시도해 보고, 게으르지 않은 진취적인 뮤지션이요. 형은 연기하는 모습도 너무 멋있고, 0개 국어인 모습조차 매력적이잖아요.(웃음)

 


 

18. [RSK] 목표로 삼는 지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목표로 삼는 건 특정한 상이나 무대는 아닌 것 같아요. 앞서 기리보이 형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요, 제 마음속에 닮고 싶은 또 다른 뮤지션이 있어요. 사실 그분이 제 지표 같기도 해요. 이전에는 한국사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아티스트 최성이에요. 어떻게 사람 마음을 그렇게 울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음악으로 받을 수 있는 공감과 위로를 넘어선 경지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울림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19. [RSK] 래원이 닿고자 하는 목표에 지금 어느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고 생각해요?


 

닿으려고 하는 목표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어요. 대단한 목표는 아닐 수 있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제 음악에 공감하고, 그 공감을 통해 제가 다시 위로받는 게 제 목표예요. 제 음악으로 힘을 얻고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또 저에게 다가와 주고 계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P.S.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 음악을 그저 제 낙서장 혹은 일기장 정도로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음악인이라면 그 이상으로 음악을 다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들기도 하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Photographs by Co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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