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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Jeffrey White에 주목할 시간

마인필드 소속 힙합 크루 오카시(OKASHII)의 멤버인 제프리 화이트(Jeffrey White)가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 [SAINT]를 발매했다. [SAINT]에는 힙합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준 12개의 트랙이 담겼다. 트랙마다 느껴지는 신선한 비트는 그의 랩과 조화를 이루며 청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을 Jeffrey White 본인이 담당했다는데, [SAINT]가 그의 첫 솔로 앨범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세상은 그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어느 하나 예측하기 어려운 게 미래라고 하지만, 그가 밟아나갈 스텝들이 기대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1. [RSK] 롤링스톤 코리아와는 첫 인터뷰네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Jeffrey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 [RSK] 활동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고 싶네요. TYKE, San Dollar를 지나 ‘Jeffrey White’인데요. 이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어릴 때 영어 이름이 Jason이었는데, <13일의 금요일> 살인마 이름이랑 겹쳐서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J로 시작하는 이름 중 하나인 Jeffrey로 지었습니다. 또 제 피부가 까만 편이라 White로 성을 붙이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3. [RSK] 첫 솔로 정규 앨범 [SAINT]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마이클 잭슨과 칸예 웨스트를 보고 음악의 신 같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그런 와중에 최근 트로이 목마에 대한 얘기를 들었어요. 목마가 실제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저 증거 없는 신화에 불과했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 만약 내 음악이 기록 없이 구전된다면 전설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죠. 

이번 앨범은, 음악의 신과도 같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는 믿음을 담았어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확신 있는 시작을 원했는데, 그게 바로 [SAINT] 앨범이에요. 주제를 해치고 싶지 않아 피쳐링 없이 제 목소리로만 앨범을 채웠고, 프로듀싱 또한 제가 전부 완성했습니다. 



4. [RSK] 트로이 목마 신화를 듣고 사유한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제 앨범도 훌륭하다고 말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음악은 형체가 없으니, 시간이 많이 흘러 음원 파일이 발견되기 전까지, 신화로 칭송받을 정도의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5. [RSK] 최근 본인의 인스타 스토리에 스윙스 씨의 포스트를 올리셨죠.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와 싸우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이 사진을 보자, 오카시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스윙스의 새 앨범 [UPGRADE 5]도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을지 궁금했어요. 


[UPGRADE 5]는 제 앨범이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스윙스 형님이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들이 주짓수나 격투기 같은 것들이에요. 그것과 연관된 이미지로 앨범의 테마를 그려보자 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진이 업로드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6. [RSK] 마이클 잭슨과 칸예 웨스트 음악을 접하며 ‘신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는데, 그들 노래 중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이란 곡을 가장 좋아해요. 이 음악은 그냥 완벽한 것 같아요. 들으면 좋고, 분석해 보면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가사도 좋아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 칸예 웨스트는 <ONLY ONE>이라는 곡을 가장 좋아해요. 이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듣기 좋고, 분석해도 좋고, 가사도 좋아요. 특히 가사가 맘에 들어요. 저는 평생 이런 가사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7. [RSK] 팀으로 활동하다가 솔로 앨범을 발매하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느낌이 어떠신가요?


[SAINT]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게 기대돼요. Jeffrey라는 아티스트의 첫인상을 남기는 앨범이기 때문에,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요. 혼자 앨범 음악을 완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요, 그 이후에 조금 애를 먹었어요. 팀으로 앨범을 낼 때는 음악 외적인 일을 분담해서 했었거든요. 혼자서 다 하려니까 조금 힘들었어요. 



8. [RSK] 앨범의 구상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1년 6월쯤에 시작했습니다. 당시 [ANTIVANDALISM]의 초안이 나온 뒤였는데, 오카시가 아닌 제 음악도 준비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팀의 음악은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있었지만, 결국 제 음악 또한 그만큼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음악이 중심에 있지 않다면, 저는 그저 팀에 묻어가는 아티스트일 테니까요. 그 즉시 제 이야기를 담은 정규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9. [RSK] 11번째 트랙인 <I WANNA KNOW>의 가사를 보니 잡념과 현실로부터 도망가지만, 머릿속으로는 이상을 좇는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이 곡은 언제 만들어진 곡인가요? 


그 곡이 앨범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졌어요. 아마 21년도 6월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당시 우울한 생각으로 인해 힘들었던 저를 표현한 곡이에요. 뚜렷한 성과도 없이 또다시 오카시로 앨범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더 역경을 넘어야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 찾아올까’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10. [RSK] 현실 도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다들 어느 정도 현실 도피를 하며 산다고 생각해요. 현재를 바로 마주하고 사는 건 너무 고된 일이니까요.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는 한 적당히 회피하는 태도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러나 언제까지나 도망칠 수는 없으니, 상황을 마주해야 할 때는 정신 차리고 현실을 제대로 직면해야 해요. 필요할 때 한 번,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11. [RSK] 앨범 제목이 [SAINT] 인 것에는 Jeffrey 님의 이상이 담겨있는 걸까요?


제가 이상을 좇는 과정이 가사로 담겨있어요. 사실 앨범을 낸 이후, 아직도 제가 바라는 완전함이 무엇인지는 못 찾은 것 같아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지 생각하고 있어요. 음악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각기 다른 사운드들을 하나로 묶었고, 힙합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장르적인 다양함을 최대로 표현했어요.



12. [RSK] 오카시 정규 2집 [ANTIVANDALISM]과 정규 3집 [+]에 이어 첫 솔로 정규 앨범까지. 올해에만 세 개의 정규앨범을 제작했어요. 한 해에 정규 3개를 발매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규칙적으로 살았을 것 같은데. 하루를 어떤 식으로 쪼개서 썼나요?


저는 보통 9시 반쯤 일어나고, 아무리 늦게 자도 12시에는 잠에서 깨요. 한창 [SAINT] 작업을 할 때에는 샤워를 하자마자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하고 저녁 7시쯤 집으로 출발했어요. 이러면 출퇴근 시간과 겹쳐서 제가 세상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제가 밤샘 작업은 아예 못해서, 밤에는 집에 와서 그날 만든 노래를 들으면서 쉬는 편이에요. 그리고 작업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하루에 8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창의적인 생각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13. [RSK] 그룹과 솔로 작업 방식은 어떤 식으로 차이가 났는지 자세히 얘기해준다면. 


일단 저는 밤을 잘 못 새요. 4시면 거의 기절 상태가 돼요. 근데 저를 제외한 오카시 친구들은 모두 밤을 잘 새요. 또 그룹 작업은 항상 시간에 쫓겨서 작업해야 했어요. [+]는 2주 만에 작곡, 녹음, 믹스 모든 걸 해내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룹 작업이 있다면 레드불을 많이 사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며칠 밤을 졸음과 싸워요. 작업하는 시간대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음악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그룹 작업은 솔로 작업과 아예 달라요. 그룹 작업은 괜찮은 비트를 찾거나 작곡해서 무드를 해치지 않게 곡을 완성해 내야 해요. 훅을 먼저 메이킹 하면 거기에 맞춘 벌스를 쓰기도 하고, 캠프처럼 시간차를 두고 진행하는 편이에요. 반면 솔로 작업은 모든 게 한꺼번에 이뤄져요. 작곡, 가사, 멜로디, 듣고 그려지는 그림 모두 한 차례에 이뤄져야 해요. 이게 없다면 제 기준에선 좋은 음악이 아니에요. 그래서 작곡과 동시에 작사를 하고 이미지까지 구체화해서 당일에 곡을 완성하는 편이에요.



14. [RSK] 바쁘신 가운데 워라밸은 잘 찾고 계시나요? 모든 건 균형이 중요할 테니까요.


저는 워라밸을 잘 챙기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지내는 게 더 편해서,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메신저도 알림도 꺼놓고 혼자 지내는 시간에 충실해요. 그래도 일 년에 3장의 정규를 내면서 약간 무리한 것 같기는 하네요. 앨범을 내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소통해야만 하는 일이 많았어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방에서 충전할 계획이에요.



15. [RSK] 최근에 넷플릭스에 나온 <Carol & the end of the world>는 인류 멸망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이에요. 약 7개월 후에 거대한 행성이 지구로 충돌할 예정이라서, 종말은 불가피한 상황이죠. 인물들은 갖가지 방식들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데요. 만약 본인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실 것 같나요?


저는 그런 상황에선 그냥 행복하게 주위 사람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 해 먹고, 여행 가고요. 그러다 한 달 남으면 그때는 작업을 할 것 같아요. 내가 마지막으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16. [RSK] 2019년에 다른 인터뷰에서 ‘오카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사랑’이라고 답하셨어요. 약간 고장 난 상태로 사랑을 말씀하시는 모습이 귀엽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요. 오늘은 ‘Jeffrey White is’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빈칸엔 무엇이 들어갈까요?


I WANNA KNOW



17. [RSK]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리면서 인사드릴게요. 오늘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제 생각을 말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PHOTOGRAPHS BY MINE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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