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앨범 [4TH WALL]로 월드 투어를 마친 RUEL(루엘)이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았다. 올해의 두 번째 내한이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선 채 싱그럽게 웃는 RUEL은 영락없는 이십 대 초반의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대화가 시작되자 느낌이 달라졌다. 내면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서 자신의 공적인 모습과 개인적 자아를 분리하려고 노력한다는 부분에서는 데뷔 6년 차 베테랑의 면모가 흘러나왔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는 사실이 양날의 검처럼 작용했을 법도 한데. 그는 일상과 산업 사이의 균형을 빚으려고 노력하며 통합된 퍼스낼리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을 건강한 방식으로 다룰 줄 아는 이 아티스트가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좇을지.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싶다.
1. [RSK] 지난 5월 이후 내한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동안 저는 호주와 유럽 투어를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지난번 내한했을 때와 같은 음식점에 다녀오니, 마치 한국에 쭉 있었던 기분이 드네요. 한국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고 언제나 반가워요.
2. [RSK] 다른 인터뷰에서, 첫 정규 [4TH WALL]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END SCENE>이며, 이 곡은 공연을 할수록 애정이 는다고 하셨는데 여전히 같은 생각일지 궁금합니다.
<END SCENE>은 요즘도 공연 셋리스트에 올리는 만큼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애정하는 곡은 조금씩 바뀌기 마련인데요, <END SCENE>은 여전히 제가 아끼는 곡이에요.
3. [RSK] [4TH WALL]은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되는 4번째 벽을 뜻하는 연극 용어를 의미하는 게 맞나요?
네, 맞습니다. 뮤직비디오를 하든 음악을 하든 스테이지 올라가든 항상 벽이 있다고 느껴지기에 여러 방법을 통해서 제4의 벽을 뚫고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4. [RSK] 이번 앨범에서 영화 <파이트 클럽>, <트루먼 쇼>에 영감을 받은 것이 있다면?
2020년에 발리에서 작업 중일 때였어요. 초반에는 어떤 곡을 써야 할지 길을 잃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고자 했던 게 <파이트 클럽>과 <트루먼 쇼>였어요. 실험적인 시도였죠.
5. [RSK] 갓 20살이 넘었는데 베테랑이 되었어요. 10대 시절에서 일상과 산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시간이 힘들지 않았나요?
개인적 삶과 대중 앞의 저를 분리하려고 노력했어요. 외부와 저를 완전히 단절한다기보다는, 내면의 나를 분리해 생각하려는 노력이에요. 예를 들어 영상이나 코멘트를 보면 마치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어떤 의견을 맹목적으로 믿는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이렇게 분리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6. [RSK]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RUEL의 음악에 어떤 영향 미쳤나요?
저는 시드니에서 자랐어요. 야외 활동을 많이 하면서, 햇살 아래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 나가는 방식을 배웠죠. 사실 제 음악 작업의 90%는 미국 LA에서 했어요. LA는 호주와 굉장히 다른 분위기, 라이프스타일을 지녔어요. 그러나 편안하고 익숙한 호주의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기회의 땅은 LA니까요.(웃음)
7. [RSK] 호주만의 음악 감성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지?
얼터너티브 록 팝 밴드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좋은 밴드들이 많은데 사람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조금 안타까워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는 호주 음악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성공하길 바랍니다.
8. [RSK] 10대와 비교해서 음악의 방향성이나 색채 상의 큰 변화가 있다면 ?
18~20살 시기에 코로나가 터졌어요. 락다운이 시작되자 작업 환경에 영향을 받았어요. 어떤 음악적 색채를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생겨났고요. 그 시기에는 R&B를 많이 들었는데,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피비 브리저스(Pheobe Bridgers) 음악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9. [RSK] 루엘의 커리어는 확실히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결국에는 더욱더 높은 지점에 다다르실 것 같은데, 이 과정에서 지키고 싶은 핵심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수하고 싶은 가치는 나다움을 지키는 거예요. 음악 산업에서 계속 활동하다 보면 자신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방향성 잃지 않고 나다운 곳에,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0. [RSK] 자신의 음악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노래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 색깔을 말하기는 어려워요. 이번 앨범을 갖고 물어보신다면, 회색이 섞인 스카이블루라고 말하고 싶어요. 앨범 커버에 구름이 많아서인지 이 색깔이 떠오르네요.
11. [RSK] 더보이즈 멤버 선우와 <Painkiller>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기도 하셨는데, 앞으로 협업해 보고 싶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있다면?
선우와 콜라보하는 것 재밌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샘 김과도 콜라보하고 싶어요. 그 분 노래도 좋더라고요.
12. [RSK] 가수로서의 구체적 목표가 있나요?
아직 찾는 중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커리어도 하루하루를 영위하면서 온 것이기에 수치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처럼 음악을 만들고 앨범을 내고 투어를 다니는 것을 10년 뒤에도 똑같이 하고 싶어요. 그때 가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길 테니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RUEL의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ony Music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