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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하루 끄트머리에서 만난 정기고

2년의 공백 끝에 정기고가 돌아왔다. 쉼 없이 달린 하루를 보낸 이에게 그는 위로가 담긴 메시지를 보낸다. 봉투 위에는 ‘her’라는 제목을 달아서. 그의 노래는 조용하지만 결코 미미하지는 않은 위안을 준다. 하루 끝에서 고요히 만나고 싶은 그를 만났다.  



1. [RSK] 공백기간이 꽤 길었죠. ‘자숙’이 아니라는 해명글을 올리신 게 재밌었어요.(웃음) 긴 자숙(?)을 끝내고 컴백하시는 소감이 듣고 싶네요.


억울한 면이 많지만 먼저 국민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길었던 자숙의 시간 끝에 드디어 신곡으로 컴백하게 되었습니다.



2. [RSK] 신곡 <her>을 소개해주신다면?


<her>는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할 때 위로받기를 바라며 만든 곡이에요. 



3. [RSK] <her>의 영감은 언제, 어떻게 떠올랐나요? 


누군가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직장에서 겪은 일이라든지요. 그렇게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노래예요. 



4. [RSK] 같은 이름을 지닌 영화 <Her(그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곡과 연관이 있을까요? 


곡이 마무리된 무렵, 회사에서 제목에 대해 회의를 했는데 ‘Siri(시리)’가 이야기 나오기도 했어요. 가사 중에 ‘내게 다 말해줘. 나한테 일러도 돼. 나만 알고 있을게.’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Siri는 휴대폰에서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준다는 점에서 곡과 상통하지만, 특정 브랜드에서만 쓰는 단어라 고민이 되었어요. 그러다 영화 <Her>가 떠올랐어요. 영화 내용이 노래와 잘 맞는다는 생각에 제목을 ‘her’라고 짓게 되었어요. 




5. [RSK] 앨범을 만드는 동안 ‘리스너들이 이런 걸 느끼면 좋겠다’ 싶은 포인트가 있었는지요.


‘정기고가 그동안 정말 많이 뉘우치고 자숙했구나’가 아니라, 이 노래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으로 다가가기를 바랐어요. 



6. [RSK] 그렇다면 정기고님의 하루를 따듯하게 위로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폭식과 널브러짐, 욕조 정도인 것 같습니다.



7. [RSK] K-POP, K-R&B 큐레이션 브랜드인 SOULBYSEL(소울바이서울)을 기획하셨죠. 음악 계의 숨겨진 보석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기획하신 의도나 이유가 듣고 싶어요.


K-pop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트렌디한 장르로 발돋움한 지금, 한국 음악의 깊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한국에는 높은 완성도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보여지는 아이돌 분들 뿐만 아니라, 선우정아, 수민 등 세계적인 팝시장에서도 분명 경쟁력있는 보컬을 갖춘 실력자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SOULBYSEL이 아니어도 곧 전세계적으로 활약을 펼칠 아티스트들이라 믿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8. [RSK] 현재 SOULBYSEL(소울바이서울)은 컴필 앨범을 내고 의류를 내는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다음 스텝은 뭘지 궁금해져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힌트를 주신다면? 


한국 아티스트를 아시아의 아티스트들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거죠. 소울바이서울이 아시아를 관통할 수 있는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그와 동시에 오프라인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서 내년부터는 공연을 열 예정이에요.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아티스트의 축제인 ‘소울바이서울 페스티벌'을 열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어요. 




9. [RSK]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 속의 인물들이 3개의 미션을 푸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인상깊게 보셨다고요. 또한 평소 게임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떤 걸 자주 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얼른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시절 AR, VR 관련 기술이 활발히 발전하고,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엄청 뜨거웠는데 지금은 사실 많이 가라앉은 상태죠. 언젠가 실현될 거라 믿고 있어요. 제가 죽기 전에 됐으면 좋겠지만… 

요즘엔 바빠서 진득하게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와우 하드코어’를 열심히 했었는데 동굴에서 죽어서 쉬고 있어요. 자기 전에 닌텐도 스위치나 잠깐 하는 정도?



10. [RSK] 정기고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몇 곡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면.


V. Cartier의 <Take you there>, No Guidnce의 <Is it a crime?>,  The free label의 <Boys don't sob>, Jaie의  <R u mine>.



11. [RSK] 2023년도 거의 끄트머리네요. 정기고에게 2023년은 어떤 해였나요.


정신 없었던 일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어요. 제가 만든 회사 SEL(에스이엘)이나 SOULBYSEL(소울바이서울)이 어느 정도 랜딩이 된 것 같아요. 잠시 접었었던 제 커리어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라는 느낌? 물론 자숙도 이제 그만...



12. [RSK] 또한 어느덧 데뷔 21년차를 맞이하셨어요. 이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얼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돌아볼 시간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더 정확히는, 돌아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노래한 지 20년이 넘은 시점에서, 한번은 돌아 볼 때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13. [RSK] 내년 일정을 계획해 두셨을지도 궁금해요.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팬분들을 예능이든 공연이든 어디서든 많이 만나고 싶어요.



14. [RSK]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첫 인터뷰인데, 혹시 인터뷰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우리가 첫 인터뷰였다는 게 놀라운데요? 롤링스톤 코리아는 항상 SOULBYSEL(소울바이서울) 관련 콘텐츠를 많이 다뤄주시고, 아티스트들도 서포트해 주셔서인지 줄곧 대화하고 있었던 기분이에요. 아티스트 정기고로서는 첫 인터뷰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는 정기고로 더 자주 인사드릴 수 있도록 많이 활동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Photographs by Warner Music Korea, Hyeongjun 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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