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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낡은 감정을 마주하는 펀치넬로의 자세

불안과 우울, 나를 피폐하게 만들던 것들을 마주한 펀치넬로가 낡은 감정과 기억을 정리해 묻는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우리에게 묻는다. 

 


1. [RSK] 앨범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냈어요?


정신없고 바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다니면서 뿌듯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2. [RSK] 가벼운 질문을 조금 더 이어볼까요? 가령, 요샌 어떤 것에 빠져있는지 같은 물음으로요.


요즘에는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일본 아이돌이라든가 여러 일본 서브컬처에 빠져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숨겨왔던 것들이긴 하지만요.

 


3. [RSK] 새 EP [묻다.(bury.)]에 대한 설명도 직접 들어보고 싶어요. 이젠 묻어둘 수 있는 감정들을 쌓아 메운 앨범이라고요.


이번 앨범은 항상 우울하고 무기력하던 예전의 제 감정을 최대한 잘 담으려고 노력한 앨범입니다.

그때의 우울한 감정을 전부 벗어던지고, 더 나아가 행복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예전의 저를 부정하기보다 직접 마주하고 '그땐 그랬었지, 근데 아직 나도 행복해질 기회가 있어'라고 위로하듯 설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쓴 곡들을 담은 앨범입니다!

 



4. [RSK] 제목의 [묻다.(bury.)]는 땅에 무언가를 묻을 때 사용하는 ‘묻다’를 사용했어요.


항상 우울감에 젖어있던 예전의 저를 완전히 부정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버린다'라든지 '지운다' 같은 표현을 써서 그때의 제 모습을 완전히 없던 사실로 만드는 대신, '묻다'라는 표현을 통해 내가 괜찮아졌을 때 언제든 다시 파내어 보며 '그래, 이때는 이랬었지. 참 고생 많았네'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묻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5. [RSK] 앨범은 다소 침잠된 상태의, 가라앉은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가사를 통해 엿보이고요. 화자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개인적 경험을 음악으로 풀어 엮었기 때문일까요?


맞습니다! 실제로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저의 마음을 담아 한 곡 한 곡을 써 내렸습니다. 



6. [RSK] 다른 앨범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말을 반복해 읊조리는 형태로 마무리돼요. <먹구름 (cloud)>에선 '떠다녀 내가', <자기방어 (self-defence)>에선 '난 이대로가', <묻다.(bury.) (Feat. SOLE)>에선 '다 묻어둘게', <바람 (wind)>은 '여길 떠나', <끝으로 (outro)>는 'I’m gone'으로요.

 

곡 전체에서 외롭고 고독한 감정이 잘 느껴지도록 혼잣말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말을 중얼거리듯 반복해 읊조리는 것으로 고독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7. [RSK] 이번 EP를 듣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 뭐였어요? 위로나 공감,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앨범을 만들 때, 보통은 그냥 일기 쓰듯 제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든가… 그런 것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만들면서 예전의 저와 같은 감정 상태를 가지고 계신 분들께 슬프고 힘들더라도 행복해질 기회는 언제든 옆에 있으니 용기 내어 그 기회를 잡으려 노력해 보라고, 언젠가는 다 괜찮아질 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8. [RSK] 타이틀곡 피처링으로는 SOLE 님이 나섰어요. 곡으로 함께한 건 그리즐리 님의 <Favorite> 이후 처음이죠?


네 맞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피처링에 참여해 주셔서 오랜만에 곡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9. [RSK] eill 님의 신곡 <CHEAT LIFE>에는 펀치넬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어떻게 닿게 된 인연인가요?


제가 일본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eill 님의 음악을 접하며 팬이 됐고, 또 우연한 계기로 한국에서 만날 기회가 생겨 같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음악 이야기도 하며 함께하게 됐습니다!

 



10. [RSK] 처음 뮤지션이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언제예요?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힙합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직접 가사를 써보고 녹음을 해봤는데, 그때 처음으로 '나도 내 곡을 만들 수가 있다!'라는 걸 알게 됐고 그 감정이 너무 짜릿하게 느껴져서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더 확고히 마음을 굳혔던 때는 저희 아버지께서 음악을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말씀해 주신 때였습니다.



11. [RSK]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수로서 본인의 장점은 뭐예요?


완벽하진 않지만 언제나 노력한다는 점...? 사실 저도 제 장점을 잘 모르겠습니다. 팬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네요.(웃음)

 


12. [RSK] 나를 살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엄청 오랜만에 생긴 꿈이 하나 있는데, 그 꿈에 대한 굳건한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13. [RSK]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어요. 펀치넬로에게 올 한해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최근 몇 년 중 가장 다이나믹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도 만나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다양하게 경험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던 한해였습니다!

 



14. [RSK] 남은 한 달 동안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요?


몸짱이 되고 싶습니다.


 

15. [RSK] 2024년에 소망하는 것을 우리에게도 알려주세요.


올해 처음으로 행복해지는 법을 깨달았으니, 그 방법을 통해서 내년엔 마냥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16. [RSK] 끝으로,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항상 부족한 저에게 과분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얼굴 비추겠습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묻다.(bury.)] 많이 사랑해주세요!

 

Photographs by A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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