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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Z세대를 위로하는 뮤지션, salem ilese

우리는 어떨 때 위로를 받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위로에는 2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상황을 알맞게 파악하는 영민함과 내가 털어놓는 말을 귀에 가만히 담아주는 따스함.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정확하게 위안을 받는다.
정확한 위로에 능한 아티스트를 한 명 꼽으라면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salem ilese가 있겠다. salem은 디즈니가 자신에게 환상을 심어주었다고 이야기하는 곡,
<Mad at Disney>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로는 아이폰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시리(Siri), 플레이스테이션5(PS5) 게임기 등 동시대를 재료삼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펼치며 Z세대의 큰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다. 팬들은 그녀가 친구 같다고 말한다. 불을 끈 방에 고요히 누워있는 밤. 갖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한없이 부풀어 오를 때 자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존재같다고. 그렇게 우리를 알아봐 주며 함께 동행하는 salem ilese를 소개한다.



1. [RSK] salem Ilese님 반가워요! 먼저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세일럼 일리스(salem ilese)입니다. 인터뷰를 봐주셔서 감사해요!

 


2. [RSK] SLOW LIFE SLOW LIVE 2023 무대를 위해 한국에 방문하셨었죠. 기분이 어떠셨나요? 


절 꼬집어 보고 만약 이게 꿈이라면 일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에요. 정말 감사해요. 작년 헤드라인 공연 이후로 다시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3. [RSK]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해볼게요.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들에 본인의 관점을 버무려 놀라운 결과물을 만드세요. 스토리텔링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이 능력은 어떻게 키워오셨어요? 


작곡은 어린 시절부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의사소통 수단이었어요. 음악은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이걸 깨달은 후, 좋은 곡을 쓰기 위해 제 인생을 쏟아부었죠. 제 생각엔 작곡을 더 잘하기 위해선 많이 해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습으로 완벽해지진 않지만 발전할 수는 있죠.

 


4. [RSK] 시리(Siri)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노래 <Hey Siri>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았죠. 이 노래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정말 감사해요! 팬데믹 시기에 몇몇 친구들과 줌(Zoom)을 통해 그 곡을 쓰게 됐어요. 관계 유지나 자극을 위해 계속 기기를 찾는 제 모습을 보고, 이것에 관해 곡을 쓰고 싶었어요. 격리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외로움을 느꼈을 거고, 스마트폰이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반창고가 됐으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는 그 반창고가 떨어졌을 때죠. 상처가 전혀 아물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5. [RSK] 삶이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이네요. 시리(Siri)나 저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몰라요. 하지만 제게 삶이란 인간적인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과정이에요. 종종 우리는 인생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6. [RSK]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 작업에 참여하셨죠. 이 곡을 작업할 때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었나요? 


정말 즐겁게 작업한 곡이었어요.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내용의 재밌고 신나는 곡을 쓰고 싶었는데, 의도대로 나온 곡이에요. 주의 깊게 들어보면 포스트 코러스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어요. 르세라핌 멤버들은 정말 친절하고 재능 넘쳤어요. 곡 작업을 함께 해서 영광이었어요.




7. [RSK] 다른 인터뷰에서 ‘케이팝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케이팝은 다른 장르보다 경계가 느슨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적, 구조적 한계가 없어 가능성이 무한하거든요. 한 곡 안에 여러 곡이 결합된 느낌을 종종 받는데, 이것도 정말 멋져요. 그리고 귀를 사로잡을 만한 다양한 요소들이 많으며, 대부분의 곡에 자체적인 안무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8. [RSK]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곡 <Mad at Disney>로 큰 사랑을 받았어요. salem의 기분을 그리 상쾌하게 하지 않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Mad at Disney>로 제 모든 것이 시작되었어요. 이 곡에 영원히 감사한 마음일테지만, 여전히 디즈니에 화가 나 있긴 해요. 그리고 저는 개똥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무례한 사람들, 그리고 스웨터를 세탁할 때 찰나의 실수로 옷이 줄어드는 사실에 화가 나는 것 같아요.




9. [RSK] 사회의 논의가 필요한 소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하시죠. 총기 사고 이슈와 임신 중단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노래 <Moment Of Silence>처럼요.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총기 규제와 재생산 권리를 포함해 현재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주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분쟁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문제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선거에 투표하는 것이고 동일한 가치와 신념을 지지하는 리더를 뽑는 것이에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누구를 관심 있게 보고 팔로우하는지도 마찬가지고요. 누군가의 게시글을 좋아하거나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이념이 확산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기 쉬우니까요.



10. [RSK] ‘Word Nerd’라는 별명이 있어요. 최근에 인상 깊게 느꼈던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이죠. 요즘엔 ‘surreptitiously’라는 단어에 빠져있어요. 발음도 아주 재밌는 데다 “비밀스럽게, 은밀하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girl math’라는 용어도 최근에 배웠는데 정말 웃긴 것 같아요. 곡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네요.




11. [RSK]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의 듀엣곡 ‘PS5’는 게임에 푹 빠진 연인에게 “나야 PS5 야?”라고 묻는데요. 이토록 본인이 몰입하는 것이 있다면? 


좋은 질문이네요! 제 경우에는 뉴욕 타임스의 Wordle 같은 거예요. 너드처럼 들리겠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Wordle을 푸는 게 가끔은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해요.



12. [RSK] 가장 최근에 발매한 [High Concept]는 어떤 앨범인가요?


[High Concept]는 지난 4년 동안 작곡한 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의 모음집이에요. 말장난이나 센스있는 제목에서 시작해 점차 완성된 곡들이죠. 앞서 발매한 곡들보다 더 엣지있는 음악이라서 만족스러워요. 이 앨범의 주제는 제 인생이에요. 이별, 불안, 사랑 그리고 이것들의 결핍에 대해 다루면서 제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문 같은 앨범이죠.



13. [RSK] salem의 노래를 듣고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10~20대분들이 정말 많아요. 밤이 커다랗게 느껴질 때 들으면 친구와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본인의 음악으로 치유를 받으신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행복하네요. 저는 외동으로 자라서 종종 외로웠는데요. 제게는 한 번도 없었지만 누구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니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제 노래를 들어주시고, 가족같은 존재가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모두 직접 만나 뵙고 싶네요. 사랑합니다!


Photographs by Warner Mus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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