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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 구역의 가장 당찬 파란 머리, 파이쿳걸(Fyeqoodgurl)

바다를 닮은 푸른빛의 머리카락. 가냘픈 몸을 힘껏 움직여 그 물결을 커다랗게 일으키는 건, 태국에서 온 뮤지션 파이쿳걸이다. 시작은 모국에서, 지금은 먼 땅 한국에서. 무대를 가리지 않고 발 닿는 곳마다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자 멈추지 않고 정진하는 중인 그. 그런 그에게 신곡과 한국 활동을 비롯한 것들에 관해 하나씩 질문했고, 묻는 족족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산뜻하고 선명한 마음이 드러나는 문장을 한 글자씩 되새기고 있자니 그는 어디든지 갈 수 있겠다고, 자연히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1. [RSK] 독자들과 인사 먼저 나눠볼까요?

 

안녕하세요, 전 태국에서 온 파이쿳걸이에요. 유튜브랑 SNS에서 많이 보셨던 파란 머리 여자애 있죠? 네, 그게 저예요. 

 


2. [RSK] 최근의 TMI를 살짝 공개해 본다면?

 

저 김치찌개 정말 좋아해요.


 

3. [RSK] 맵진 않던가요?

 

태국 음식이 더 매워서 한국 음식 정돈 괜찮아요.






4. [RSK] 얼마 전,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의 <배드(bad)>를 배경음악으로 깐 SNS 스토리를 봤어요. 한국 노래도 즐겨 듣는 것 같은데, 요새 가장 자주 즐겨 듣는 곡은 뭐예요?

 

여러 한국 노래를 듣고 있어요.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의 곡은 편안한 분위기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해요. 요즘은 자이언티(Zion.T)와 피제이(PEEJAY)의 <나비야>를 듣고 있어요. 제가 자이언티(Zion.T)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주 재능 있는 분이죠.



5. [RSK] 서울에서 열린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기분이 어때요?

 

사실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 측에서 공연 요청을 해주셨을 때 깜짝 놀랐어요. 첫 해외 뮤직 페스티벌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처음 솔로로 서는 무대거든요.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제 꿈이기도 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게 굉장히 영광스러워요. 제 모습으로 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하루빨리 무대에 서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6. [RSK] 지금 파이의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뭐예요?

 

요즘은 휴식을 취하려고 많이 노력 중이에요. 최근에 <퀸덤퍼즐>이 끝났고, 신곡 발매 전에 수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항상 서둘러야 했어요. 너무 피곤하고 쉴 시간이 필요해서 어제는 에어비앤비 숙소 근처의 공원을 다녀왔는데 정말 평화롭더라고요. 저한테 어떤 게 필요했는지 깨달았고 날씨와 나무, 모든 것들에 감탄했어요. 저는 자연을 사랑해서 평소에 공원 같은 곳에서 걷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덕분에 마음도 차분해졌고 쉬는 시간도 가졌어요. 아무래도 제겐 휴식이 필요했던 거 같아요. 시간이 된다면 바다나 숲에도 가고 싶어요.  






7. [RSK]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 머리색은 파이의 트레이드 마크예요. 오랜 기간 동안, 많고 많은 색상 중 파란색을 고수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기억하기론, 아이유의 영향으로 파란 머리를 했던 것 같아요. 한국 여자 가수 중에서 아이유를 가장 좋아하고 엄마처럼 존경하거든요. 제게 많은 영감을 줬고, 아이유의 음악과 정체성, 친절함까지 전부 다 좋아해요. 그를 보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절 위로해 줬듯이 저도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유로 파란 머리를 했고 또, 많은 분이 원래 머리처럼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제 시그니처로 평생 유지하려고 해요.

 


8. [RSK] 최근 공개된 네 번째 앨범 [Lowkeyy]는 어떤 앨범이에요?

 

<Lowkeyy>는 굉장히 R&B적인 곡이고, 영어 가사라서 가장 저 자신을 잘 담은 음악 같아요. 전 태국 사람이지만 태국어로 작곡하는 걸 정말 못하거든요. 태국어도 중국어처럼 성조가 있어서 '마이' 같은 단어 하나도 음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요. 태국어로 작곡하는 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저는 영어로 노래하는 게 더 좋고 부르기도 훨씬 쉬워요. 그래서 <Lowkeyy>에 제가 하고 싶었던 모든 걸 담았고, 멜로디와 가사까지 전부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게다가 아주 재능 있는 파트너 겸 공동 작사가 알렉스가 함께 작업했죠. 저의 첫 영어 곡이기 때문에 알렉스의 도움이 필요했고, 전문적인 친구와 곡 작업을 함께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Lowkeyy>는 불안정함에 중독된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이에요. 요즘엔 진지한 관계보다 가벼운 관계를 맺잖아요. 그런 관계 속의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힘든 모습을 이 곡에 담아봤어요. 곡의 초반에 “unstable gravity alert(불안정한 중력 경고)”라는 경고음이 나오는데 그 후에 그 감정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거죠.

 


9. [RSK]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 가장 나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곡을 꼽는다면? 

 

물론 <Lowkeyy>예요. 제가 전부 제작하기도 했고, 주류가 되어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려고 했어요. 음악 플랫폼에서 순위가 높지 않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제가 이 곡과 작업을 사랑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니까요. 예전엔 음악 작업을 하다 방황한 적이 있어요. 많은 아티스트분들이 그럴 거예요. 요즘은 자본적인 게 더 중요해졌고 그로 인해 곡을 높은 순위에 올리거나, 바이럴이 돼야 하니 부담을 많이 느끼죠.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을 만들면 남들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곡을 만들게 돼요. 이런 경제적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몇몇 아티스트들은 이게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으며 돈과 열정 사이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워하죠. 그렇지만 전 이번 곡에 제 열정과 사랑을 담기로 마음먹었고 그 부분이 아주 만족스러워요.






10. [RSK] 곡 작업을 할 때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도 묻고 싶어요.

 

대부분 제 실제 경험에서 얻어요.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대부분 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곤 해요.

 

 

11. [RSK] 스스로가 생각하는 내 음악만의 강점은 뭐예요?

 

가장 큰 강점은 제 목소리인 것 같아요. 제 목소리는 어떤 노래를 부르든 개성 있게 만들어 주거든요. 또, 전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고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작곡해요. 그래서 제 음악은 정형화돼 있지 않고 넓은 범주에 걸쳐 있죠. 전 제 목소리가 저만의 음악을 만들 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11. [RSK] 함께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요?

 

자이언티(Zion.T), 박재범 그리고 아이유요!

 


12. [RSK]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며 파이의 삶과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아티스트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하루 종일 넷플릭스만 보고 있었을 거예요. 아티스트로 지내는 지금은 새로운 기회와 연결 고리들을 찾고, 다른 아티스트에게 영감도 받고, 가끔은 콘텐츠 리스트를 만들며 미디어에 끊임없이 얼굴을 비춰야 해요. 이런 것들이 제 일상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요즘엔 아주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고 누구든지 아티스트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쉬게 되면 파도에 휩쓸려 갈 테니 멈출 수가 없어요.


 

 

13. [RSK] 태국에서 걸그룹으로 시작해 유튜브를 개설해 커버 송을 부르며 이름을 알렸고 <퀸덤퍼즐>을 거쳐 여기까지 왔어요. 그 시간이 파이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까요?

 

지금까지 겪어온 것을 통해 저 자신이 꽤 단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 같아요. 수많은 일을 거치며 오늘의 제가 될 수 있었어요. 쉽지 않은 길이었던 만큼 포기하지 않은 저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지금의 제가 됐어요. 또 저 자신에게도 고맙지만 제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어제 갔던 공원과 자연에도 감사함을 느꼈고, 일찍 떠나기엔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도 정말 사랑스럽고 친절하기에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14. [RSK] 한국 활동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친구들과 경험이요. 최근 새로 사귄 친구가 있는데, 진심으로 제 꿈을 지지해 주기도 하고 한국 음악 산업에서도 제가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어요. 한국 음악 산업에서 전 무명이나 마찬가지인데, 제가 더 나아가고 유명해지도록 노력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정말 감사해요. 여러분과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퀸덤퍼즐>에도,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에도 나갈 수 없었을 거예요.

 


15. [RSK] 이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계획이에요?

 

가능하다면 한국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서 찾는 중이에요. 아직 이야기 나누고 있는 뮤지션은 없지만 여러 프로듀서와 이야기 중이에요.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시죠.

 


16. [RSK] 뮤지션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게요.

 

미래에 성공한 아티스트가 돼 있을 때, 여전히 무대에서 즐기는 제가 되길 바라요. 그저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행복한 마음을 다해서 공연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성공한 아티스트들을 많이 봤는데, 인기와 돈, 모든 걸 얻었을 때 수많은 관객 앞에서 영혼 없이 공연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렇게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대를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하고 싶어요.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난 행복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어요. 그저 책임감으로 하는 게 아닌, 제 음악과 무대로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얻길 바라요.


Photographs by WARNER MUS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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