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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심연 속을 헤엄치다, 밀릭(MILLIC)

밀릭이 돌아왔다. 6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을 지낸 그는 그간의 시간을 다시 채우기 위해 고장난 태엽을 고쳐 다시 감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 동안 그는 어디에 있었을까. 밀릭은 심연이라는 심해에 빠져 있었다고 답했다. 그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그에게 영감이 되어준 것은 물. 물은 그의 마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고 다시 음악 앞에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물에 대해 그는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는 대상이라 말했다. 그를 어딘가 깊은 곳으로 데려가 힘들게도 하지만 결국은 미워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물과 음악은 어쩌면 그에게 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깊은 늪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다시 뭍으로 올라와 죽어있던 시계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밀릭을 롤링스톤 코리아가 가장 먼저 만나보았다. 그리고 긴 여백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소리로 공간을 메우기 시작한 그가 꺼낼 첫마디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긴 잠에서 깨어난 그를, 다시 움직일 준비를 마친 그를 가슴 깊이 축하하고 뜨겁게 환영하는 마음으로.



1. [RSK] 2017년 발매한 정규 앨범 [VIDA] 이후로 6년 만의 앨범이에요.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6년간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파익스퍼밀(PAIX PER MIL)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작업도 쭉 해왔고, 건강 문제로 인해 좋지 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이제서야 제대로 된 마음 준비가 되어서 6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2. [RSK] 평소 하루의 루틴도 궁금해요.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일은 뭐예요?

 

최근엔 정말 루틴이랄 게 없을 정도로 작업만 했어요. 일주일 넘게 집에 못 들어간 적도 많을 정도로요. 기다리시는 팬 분들을 위해서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그다음은 축구를 보고 하는 데에 시간을 쓰곤 했습니다.

 
 




3. [RSK] 이번 앨범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나요? 

 

이번 앨범의 큰 주제는 물이에요. ‘어떤 소재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얘기, 생각들을 잘 담을 수 있을까’ 생각했고, 물이 그걸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어요. 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고요. 물에 관련된 것들을 소재로, 제 생각을 투영해서 제가 담고 싶은 얘기들에 집중하며 만들어봤습니다.

 


4. [RSK] 그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앨범 커버를 뭘로 할지 생각하고 찾아보다가, 문득 예전에 아빠가 찍어 놓으신 꽃 사진이 떠올랐어요. 이 이미지를 꼭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어서 그 사진으로 제가 직접 앨범 커버를 만들어봤습니다. 하하.

 

 

5. [RSK] 이번 앨범 [~]을 관통하는 주제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뭘까요?

 

영원.

 
 




6. [RSK] 중학생 때 음악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어린 나이였는데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당시의 순간이 기억나나요?

 

어렸을 때 카세트테이프로 <예쁜 아기 곰>이라는 동요를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 후 조금 커서 학생 때는 힙합, 락을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이런 노래는 어떻게 만들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렇게 혼자 음악 만드는 법에 대해 찾아보면서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름 컴퓨터를 잘 다뤄서 음악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근데 그것보다 카세트테이프라니……. 뭔가 조선시대에서 온 사람 같이 느껴지네요.

 


7. [RSK]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점에 두는 건 어떤 부분이에요?

 

예전엔 제 음악적인 색깔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면, 요즘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담아가자’라는 생각이 커요. 음악적인 결을 맞추기 위해 생각하는 것들이 제 발목을 잡는단 생각에, 깊게 고민하지 않으면서 잘 보여 드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8. [RSK]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뭔지도 묻고 싶어요.

 

요즘은 ‘꾸준함’.

 

 

 

9. [RSK] 나아가,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요?


언젠가는 축구 관련해서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 일기장을 보면 축구 얘기가 태반일 정도로 축구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제대로 해보질 못 했거든요.

지금 제게 가장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축구예요. 그래서 축구를 하고, 보고, 전술책도 틈틈이 읽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축구 쪽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10. [RSK]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계속해서 음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뭘까요?

 

음악은 표현방식이 정말 멋있고, 신기하고, 재밌다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순간의 감정을 변화, 극대화시킬 수도 있고요. 좋아했던 노래들을 다시 들을 때 그 시절의 기억, 온도,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고, 새로운 노래를 들을 땐 설레기도 하고, 힘들 때면 위로가 돼주기도 하고, 여행 갈 땐 신나는 감정을 더 살려주기도 하는 것처럼요.

무에서 유를 만들고 그것이 타인에게 닿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음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11. [RSK] 앞으론 좀 더 자주 볼 수 있겠죠? 밀릭의 계획을 알고 싶어요.

 

마음처럼 되는 게 잘 없잖아요? 그럼에도 저와 제 동료들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꾸준히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여름에 나올 재밌는 앨범을 구상하고 있어요. 생각만으로도 너무 설레서 빨리 작업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12. [RSK] 마지막 질문이에요. 뮤지션 밀릭의 꿈을 우리에게도 들려주세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꿈은 꾸준히 음악을 하는 거예요. 저에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너무 많은 게 필요하달까… 하지만 앞에서 말했던 대로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나갈 거고, 반드시 꾸준하게 좋은 음악 들려드리겠습니다. 모두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밀릭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1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Chanmo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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