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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작은 위로에서 비롯되는 첫걸음, 이승윤

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에 '30호'로 등장해 우승을 거머쥐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승윤. 그렇게 세상에 자신을 알린 후 그는 <들려주고 싶었던>, <폐허가 된다 해도> 등을 발표하며 착실하게 구축해온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대중에 알리고 있다.  

자신만이 소화할 수 있는 장르 안에 위로와 공감을 담는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는 그가 약 1년 만에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그의 고민과 사색 끝에 태어난 새 앨범, [웃어주었어]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과 생각,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그에게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1. [RSK] 안녕하세요, 이승윤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독자분들께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 여러분, 초면입니다. 저는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2. [RSK] 근황 먼저 들어볼까요?


올해 초 단독 공연을 했고요. 페스티벌을 다녀 보았습니다. 그 외의 시간은 거의 작업실에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4월부터 앨범 데모 작업을 시작해서 8월 녹음 시작, 그리고 지금까지 작업 중에 있습니다. 작업, 작업, 작업, 공연, 작업, 작업, 작업, 공연. 이렇게 보냈습니다. 



3. [RSK] 지난 11월 발매한 [폐허가 된다 해도] 이후로 1년 만의 신곡이죠? 곧 공개될 [웃어주었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꿈이란 언제나 주황 불빛 아래 대기하고 있는 기분인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었습니다. ‘초록불이 켜져야 걸어갈 텐데 언제 켜지지. 나 이제 걸어갈 거라고 당당히 말했는데 초록불은 켜질 생각도 안 하고, 일단 초록불이라는 게 어디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들에 관한 곡입니다. 그런데 정작 결국 걷게 되는 이유는 권위 있는 초록 불빛이 아니라 길에 있는 사소하고 노란 개나리의 웃음들이 아니었나 싶은, 뭐 그런 곡입니다. 




4. [RSK]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엔 시큰둥했습니다.(웃음) 사실 오래전에 만든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최종 버전을 얼추 잡아뒀음에도 데모 구현에 한계가 있어 오랜 기간 여러 사람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던 곡입니다. 그러다 이번엔 어떻게든 최종 버전을 만들어내보겠노라 다짐하고 밀어붙였고요. 이제는 좋아해 줍니다. 



5. [RSK] 위로를 전하는 곡과 ‘말’의 시대에서 체온을 원하는 노래,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음악까지. <한 모금의 노래>, <말로장생>, <웃어주었어>를 한 앨범으로 엮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멋들어지고 서사 가득한 이유는 없습니다. 타이틀곡은 제가 정했지만 함께 수록될 곡들은 앨범에 참여해 준 친구들과 다수결로 정했습니다. 연말에 가장 어울리는 곡들이라고 합니다. 제가 변덕쟁이라 ‘최종 땅땅땅’ 하기 전까지 수록될 곡들을 수차례 바꾸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내기에 알맞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골라 놓고 보니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노래들 섹션이 되어 ‘치밀하게 계획한 척하기 참 좋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 [RSK] 곡과 앨범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멜로디나 가사, 콘셉트, 메시지처럼요. 이번 앨범에서 승윤 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곡과 요소는 뭘지 궁금해요.


저는 곡 작업을 할 때 크고 러프하게 그림을 그린 다음 요소들을 채워가는 타입이어서요. 요소요소보다는 큰 그림 자체를 더 아끼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요소’를 꼽으라면 앨범 작업에 참여해 준 모든 분들의 손길들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 지면을 빌어 첫 데모 작업 시작 때부터 작업 끝물인 지금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이정원, 지용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크레딧에 정식 명칭이 없는 도움들이 제가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끼는 요소들입니다. 




7. [RSK] 앨범 소개 글 시작 문단이 참 재치 있어요. 동시에 <말로장생>의 설명 부분에서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고요. 요새는 또 마음속에 어떤 화두를 갖고 계시나요?


화두는 매일 자고 나면 바뀌긴 하는데 현재는 월드컵입니다. 



8. [RSK] <웃어주었어>는 출발을 다짐하는 이야기예요. 무언가 시작하겠다고 생각만 되뇌다가 뜻밖의 계기가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있죠? 승윤 님에게 출발을 결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멋들어진 말들보단 보통 작은 응원, 작은 위로에서 출발했던 것 같습니다. 건네는 사람이 위로나 응원이라고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던 마음들이요. 저는 보통 화가 나면 출발의 첫 결심을 하는데 그게 첫걸음까지 이어지진 않는 것 같아요. 화가 기름이라면 작은 소중한 마음들이 엑셀인 것 같습니다.



9. [RSK] <오늘도>, <달이 참 예쁘다고>, <폐허가 된다 해도> 등 다수의 곡을 발표하고 사랑받아왔어요. 그중에서도 유독 애착이 가는,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요즘엔 폐허가 된다 해도>라는 곡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가 옛날 옛적 어떤 날 그때 나의 마음이 아니라 여전한 나의 마음이어서 좋습니다. 




10. [RSK] <웃어주었어>는 '뭘 해야겠는지 모르겠을 땐 일단 앨범이나 내자 프로젝트'의 첫 번째 타자라고요. 두 번째, 세 번째 타자에 대해서도 스포일러해 주실 수 있나요?


두 번째는 ‘떠밀리다가 엉뚱한 데서 끝나버릴 바엔 앨범이나 내자’이고요. 마지막은 ‘공허에게 삶을 바칠 바엔 앨범이나 내자’입니다. 농담입니다. 아직 후속 타자들 앨범 소개는 안 썼습니다. 선공개 곡들이 한 번 더 나올 거고요. 모든 걸 묶은 정규 앨범이 나올 예정입니다. 개봉 박두 커밍 쑨.



11. [RSK] 이번 앨범은 ‘알라리깡숑’으로 함께한 조희원 프로듀서와 함께했어요. 오랜 음악 파트너인 만큼, 자랑하고 싶은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4월부터 혼자 데모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근데 한계를 느꼈죠. 보통 데모 작업을 70-80% 정도로 해놓는데 남은 부분들을 채울 아이디어가 이제 내게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종 결과물을 ‘잘’ 만들어낼 역량이 현재로서 내겐 없다 판단해서 이 앨범의 항해사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구하려 해도 제가 좋아하는 바람과 파도를 잘 타면서 목적지까지 이끌어줄 항해사를 못 찾겠더라고요. 이미 ‘이 앨범은 조희원이랑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선명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몇 개월을 질질 끌다가 끝내 부탁했을 때 본인은 벌써 하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술 취해서 한번 흘렸었나 봐요. 아무튼 그 정도로 제가 믿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입니다. 이번 앨범 작업은 매우 순항 중입니다. 제 러프한 아이디어 나열을 희원이가 정돈 및 본인의 아이디어를 더해주면 저도 덩달아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라 더하고 희원이도 또 떠올라 더해주는 식의 티키타가 작업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앨범은 프로듀서 조희원의 작품이기도 할 것입니다.



12. [RSK] 네이버 나우에서 전개 중인 ‘이승윤의 후아유’로 많은 게스트를 만나셨어요. 협업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상대도 생겼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선 아직 협업하고 싶은 욕망이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제 걸 ‘잘’, ‘끝까지’ 만들어 내기도 벅찬 것 같습니다. 언젠가 심신이 지금보다는 조금 여유로워진다면 협업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3. [RSK] 꿈으로 ‘자신보다 장수하는 노래 만들기’라고 말한 바 있죠? 그 이후로 생긴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스포츠로 치면 대회나 시즌 단위로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경기 단위로 살아가고 있고요. 다가올 경기 끝까지 두 다리로 잘 서 있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14. [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승윤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지면을 내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안녕히 계시고 좋은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제공 - 마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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