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가 한국 가요계에 우뚝 선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1994년 데뷔해 고된 솔로 기간을 거친 밴드의 프런트맨이자 보컬 윤도현을 필두로 현재 멤버인 베이시스트 박태희, 드러머 김진원, 기타리스트 허준, 영국 출신 기타리스트 스캇으로 구성되기까지, YB가 거쳐온 굴곡진 역사는 90년대부터 이어진 한국 메인 스트림 록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너끈히 차지하고도 남는다.
윤도현의 솔로 앨범인 1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거쳐 밴드 결성 후 낸 2집 [윤도현 and BAND]로 그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면, 3집 [소외]를 통해 록 밴드다운 진보적인 메시지와 음악성을 리스너들에게 전시하기 시작했고, 4번째 앨범인 [한국 ROCK 다시 부르기]에 이르러 마침내 한국 록의 역사를 집대성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밴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멤버들 간의 음악적 견해 차이와 자금난으로 인해 밴드는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너를 보내고>가 뒤늦게나마 빛을 보지 못했다면 그들뿐 아니라 한국 록 밴드는 과거의 영광으로만 머물렀을지 모른다.
<너를 보내고>의 히트에 고무된 윤도현은 현재의 멤버를 맞이하며 밴드를 재정비하게 된다(스캇은 2010년 영입). 그리고 2002년 <오 필승 코리아>가 월드컵의 감동과 열기에 힘입어 메가 히트송이 되며, YB는 대한민국 록 마니아들의 밴드에서 명실상부 범국민적인 밴드로 거듭나게 되었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YB는 <꽃잎>, <후회없어> 등 끊임없이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오 필승 코리아>, <나는 나비>와 같은 희망의 찬가를 부르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몇 안 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이후 영국투어와 이를 통해 만난 스캇 영입 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대한민국 국민들을 록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며 록 밴드시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최근 YB는 한국 음악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바로 ‘메탈리카’의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하게 된 것. Weezer, Royal Blood, Miley Cyrus, St.Vincent 등 전 세계 52개 팀이 참가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그들은 <Sad But True>를 YB 스타일로 재해석해 노래했다. 앞서 윤도현은 SNS를 통해 “메탈리카 형아들 앞에선 그저 꼬맹이 팬”이라고 표현하며 메탈리카에 대한 경외심과 설렘을 드러낸 바 있다.
비록 록의 전설 앞에서는 꼬맹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24년의 역사를 지닌 록의 전설이 된 YB. 이 밴드가 현재를 노래하는 법과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노래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제 모두 로큰롤 베이비로 변신할 시간이다. R U ready?
안녕하세요, YB 여러분.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윤도현: 안녕하십니까. 저는 밴드 YB에서 노래하고 있는 윤도현입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와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태희: 안녕하세요, YB의 베이스 밝은별(박태희)입니다.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진원: 안녕하세요, YB에서 북치는 소년 김진원입니다.
허준: 안녕하십니까, YB의 기타리스트 허준입니다.
스캇: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1994년 솔로로 데뷔하신 후 1997년 ‘윤도현 밴드’를 결성해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발매한 무수한 앨범들 가운데 윤도현님은 어떤 곡이 지금의 YB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도현: 질문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워낙 발표한 곡도 많고 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곡이 시시각각으로 바뀌기 때문에... 어려운 질문이지만 아무래도 YB를 대표하는 곡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과 팬분들이 들었을 때 YB다운 곡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저희가 추구하는 것과 하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대중들이나 팬분들이 듣고 YB답다라고 생각하는 곡에 갭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많이 알려진 <흰수염고래>, <박하사탕>, <잊을게>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해진 플랫폼에 발맞춰,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만이 아닌 보고 느낄 수 있는 실험적인 영상들을 만들어 오고 계신데 영상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도현: 음악이 단순히 듣는 걸로만 머물러 있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고, 또 영상물과 음악이 콜라보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점도 굉장히 오래 되어 이제 음악과 영상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에 영화 음악이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희도 저희 음악을 만들 때 머릿속으로 이런 영상을 같이 작업물로, 결과물로 내놓고 싶다는 아웃라인이 어느 정도 서 있는 상태에서 곡을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끊임없이 뭔가 실험적인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영상물도 끊임없이 실험적인 영상들을 잘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허준: 사실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영상 작업은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완성됩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이 다른데, 저 같은 경우는 음악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스캇: 요즘은 영상물을 만드는 문화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에 발맞춰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라이브 밴드가 음악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 간과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저는 미디어에서 유명인이 될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고 유명세를 얻고 싶은 사람들을 나쁘게 보지는 않아요. 하지만 연주는 제 존재 이유이며, 라이브 연주야말로 YB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뷔하신 9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방송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실 것 같은데, 한국 대중음악의 선배로서 YB가 바라보는 가요계는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한 것 같나요.
윤도현: YB가 바라보는 가요계는 정말 빠른 성장을 했고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성장으로는 저희가 예측도 하지 못했던 한국 가요의 ‘글로벌화’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한국 가요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으로 전 세계에 아주 굵직하게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화는… 음악의 형태나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식,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들은 정말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들은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음악이란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또 그 감정을 통해 본인이 가진 어떤 감정과 결부시켜서 또 새로운 감정들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 감정을 터치한다는 면에서는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박태희: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변화한 것이 있다면 2인 이상~10인 미만의 중소형 음악레이블들이 거대 플랫폼(유튜브와 자체 플랫폼)을 가진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되어 음악적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유통과 홍보를 통해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허준: 요즘의 음악 시장은 진입 장벽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 같습니다. 음반을 내는 것이 전보다 어렵지 않은 덕분에 다양한 신인 아티스트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음반을 넘어 유튜브를 통해서도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음악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스캇: 제가 친구들과 종종 얘기하는 중요한 주제예요. 어떤 면에서 보면 음악 산업이 악화되고 있어요. 뮤지션은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수익을 얻지 못하고,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갖춘 거대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어요. 게리 누만의 최근 상황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죠. 반면에 좋은 점도 있어요. 이제는 십 대 청소년도 컴퓨터와 기타만 있으면 90년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과 같은 품질의 앨범을 밴드캠프나 아이튠즈에 낼 수 있죠. 90년대에 전 절대로 집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인데, 만약 가능했다면 마법 같은 경험이었을 것 같네요. (웃음)
2010년에는 RRM(Risque Rhythm Machine)과 협업해 록 음악과 일렉트로니카의 접목을 시도하셨고 영화와 만화 주제가를 비롯해 2002년 월드컵 공식 주제가에도 참여하시는 등 도전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시도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셨는데요. 최근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콜라보나 무대 혹은 장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윤도현: 먼저 YB로서는, 야외에서 멋진 영상과 함께 하나의 작품 같은 단독 공연 무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또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40인조 이상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아주 신선하고 참신한 뮤지션과 함께 프로젝트팀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여러분들께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지금도 계속 시도 중이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태희: 2021년 9월에 메탈리카 트리뷰트 앨범이 발매되는데 저희 YB도 참여를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함께 참여한 외국 밴드들과 콜라보 음원 발표나 공연을 해보고 싶습니다. 록을 기반으로, 장르는 가리지 않고 말이죠.
허준: 개인적으로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으면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기회가 되는 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스캇: 음악 스타일이나 작곡 면에서 YB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지 않을까 해요. 다양한 음악과 장르를 서로 접목하는 작업을 포함해서요. YB는 이미 10장의 앨범을 비롯해 여러 노래,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어요. YB가 하나의 스타일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죠. 사실 이것저것 너무 많이 건드려서 이제는 코드 세 개로 된 정통 록 음악을 작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어떤 원칙을 정하기보다는 그냥 연주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은 밴드들이 솔로 아티스트처럼 콜라보레이션에 의존하지 않아서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억지스럽지도 않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YB의 인터뷰 전문과 이미지는 롤링스톤 코리아 4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Jun 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