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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첫 한국 공연을 마친 존 메트칼프가 들려준 이야기

 

작곡가  메트칼프(John Metcalfe)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섰다. ‘Sonic Horizons’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이번 공연은 감정과 자연사람에 대한 그의 오랜 사유를 음악으로 풀어낸 자리였다벚꽃이 흐드러지던 서울에서 관객과 마주한 그는공연 다음  우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번 공연 테마에서부터 신작 [Tree]의 테마, 지금 그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까지 사이사이로음악을 삶처럼 다뤄온 이의 고요한 시선이 스며들던그날의 대화를 공개한다.

 

 

1. [RSK] 이번이 첫 내한공연이셨죠. 서울에서의 첫 무대를 마치신 소감이 어때요?

 

환상적이에요! 훌륭한 한국 뮤지션들과 협업할 수 있어 행복했고, 이 공연이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한국 공연의 서막이 되었으면 해요.

 

 

2. [RSK] 첫 내한을 통해 한국이라는 새로운 문화와 처음으로 마주하셨는데요, 오늘 공연을 통해 느끼신 한국만의 분위기나 인상은 어땠나요?

 

이렇게 따뜻한 관객분들 앞에서 무대를 할 수 있어 영광이에요. 한국에서 만난 모든 분이 굉장히 친절하고 따뜻했어요. 관객분들은 제 음악을 듣는 게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귀 기울여 주시고 열린 마음으로 들어 주셨고요. 공연이 끝난 후에 즐긴 한국 음식도 최고였어요.

 

 

3. [RSK] ’Sonic Horizons’ 공연은 어떤 테마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Sonic Horizons’는 관객 한 분 한 분이 고유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음악 여행과도 같아요. 공연에서 들려드리는 음악은 사랑, 시간, 슬픔, 미스터리, 색, 별, 나무 등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정해놓고 곡을 쓰지는 않아요.

 

 

4. [RSK] 이번 무대에서는 신작 [Tree]의 일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를 담으셨나요?

 

[tree]는 나무와 우리의 감정적 유대에 관한 내용을 담았어요. 이 곡은 나무가 우리 모두에게 선사하는 강렬하고 신비로운 감각을 탐구하는 가운데, 빛, 색채, 그리고 소리가 끊임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관찰하며 상상한 나무의 24시간의 흐름을 담은 곡이에요. 나무라는 물질 그 자체, 그 본질과 우리의 관계, 그리고 우리 지구의 미래에 있어서 가지는 중요성을 표현한 거죠. 이 곡으로 무대를 할 때면 항상 관객분들이 각자 가장 좋아하는 나무 또는 숲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였을 때의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요. 벚꽃 시즌에 한국에 있을 수 있다니, 운이 좋았죠. 정말 아름다웠어요!

 

 

5. [RSK] 맥스 리히터, 피터 가브리엘, 콜드플레이 등 다양한 장르의 거장들과 협업해오셨죠.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모두 기억에 남죠! 대단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수 있다는 게 제 일의 특권이죠. 각각의 아티스트가 저에게 각자의 접근 방식과 감성을 이야기해 주면, 저는 아티스트들의 창의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과 함께한 오케스트라 프로젝트(‘Scratch My Back’과 ‘New Blood’)가 떠오르네요. 참여 기간이 길기도 했고, 프로젝트의 성격이 제 마음에 와닿기도 했거든요.

 

 

6. [RSK] 클래식, 록,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실 때, 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균형'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항상 감정이 가장 중요하죠. 구조, 음색, 악기 편성과 같은 작곡 기술은 작곡가가 청자와 형성하고자 하는 유대를 위해 헌신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특정한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건 저에게 크게 중요치 않아요. 전통적인 방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전자 악기와 어쿠스틱(acoustic) 악기 중 특정한 악기를 사용해야만 한다든가, 사용해서는 안 된다든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이 구간에 이 소리가 어울리나?’ 하는 생각을 하죠. 그 시절에 무그 신스(Moog synth)가 있었다면 베토벤은 이 악기를 활용하지 않았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7. [RSK] 이번 무대에는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피아니스트 나우와 함께 하셨죠. 이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되었고,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셨나요?

 

시너지는 많은 데서 오지만 유사한 비전을 공유한 상대를 대면하면 늘 바로 느껴져요. 드니 성호(Denis Sungho)가 먼저 저에게 작곡을 부탁해서 ‘I breathe’라는 곡이 만들어지게 됐어요. 감사하게도 드니 성호가 그 곡을 좋아해 줬고,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안해 줬어요. 당연히 흔쾌히 승낙했죠! 드디어 드니 성호를 직접 만나게 됐을 때,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했어요. 예술에 대한 드니 성호의 사려 깊고 열정적인 접근 방식을 참 좋아해요. 나우(Nau) 역시 아주 멋진 예술가예요. 둘과 함께 공연을 꾸밀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었어요.

 

 

8. [RSK] 아티스트로서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음악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사람다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제 신념이에요. 사랑, 평등,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 우리를 품은 자연… 이러한 필수적인 이상이 없다면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 거에요. 

 

 

9. [RSK] 공연을 함께한 한국 관객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제 공연에 와 주셔서, 그리고 제 음악을 나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Photographs by John Metcal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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