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데뷔와 동시에 ‘슈퍼루키’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밴드 드래곤포니(Dragon Pony).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동시에 그 말들을 자신에게도 되새긴다. 끝이 어디든 상관없이, 도전하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다고. 결과에만 매몰되다 보면 놓치게 되는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이들의 마음은, 두 번째 EP [Not Out]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1. [RSK] 새 앨범 스케줄과 투어 준비로 바쁘실 텐데요. 요즘 드래곤포니를 둘러싼 키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편성현: ‘시작’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드래곤포니는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상태니까요.
고강훈: 감히 말씀드리자면 ‘슈퍼루키’, ‘괴물 신인’이라는 표현도 자주 듣습니다. 그렇게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2. [RSK] [Not Out]은 단순한 야구 용어를 넘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멤버들이 가장 공감한 가사나 순간이 궁금합니다.
안태규: ‘잘하고 싶은데 한다고 했는데 맘대로 되는 건 없나 봐’라는 가사에 깊이 공감했어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누구나 느낄 법한 마음이죠.
권세혁: ‘흔들리는 내일도 난 너만 있으면 돼. 마침내 찾게 된 곳이 또 다른 멸망이라도’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사실 가사는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해요. <Not Out>을 통해 ‘어떤 결과’보다는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결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놓치게 되는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3. [RSK] 이번 앨범에는 네 명 모두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했죠. 작업 방식이 궁금해요.
권세혁: 주로 한 명이 데모를 시작하고, 멤버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며 디벨롭하는 방식이에요. <Not Out>은 성현이가 데모를 주도했고, 제가 가사를 썼죠. 멤버들끼리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든 곡입니다.
편성현: 멤버들과 계속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작업을 했어요. 기타나 보컬 라인에서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다른 멤버에게서도 나왔을 땐, ‘정말 하나가 됐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4. [RSK] 예상 밖의 순간이 있었다면요?
안태규: 신기하게도, 보컬 녹음을 한 날엔 빠짐없이 눈이 내렸어요. 정말 하루도 안 빼먹고 말이죠.
권세혁: 제 개인 작업실에서 앰프 녹음을 하던 중 잡음이 생겨서, 급하게 롱패딩으로 벽을 만들어 차음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5. [RSK] 새롭게 시도해 본 사운드도 있었나요?
안태규: 각 곡의 분위기를 사운드로 잘 살리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보컬의 경우에는 화음을 독특하게 쌓거나 더블링을 다양한 음색으로 시도하는 등, 곡의 색을 강조하려고 노력하며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어요.
권세혁: 기존엔 데모만 작업실에서 하고, 본 녹음은 스튜디오에서 했는데요. 이번에는 제 작업실에 앰프와 마이크로 녹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본 녹음까지 작업실에서 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쌓아볼 생각입니다.
편성현: <NEVER> 작업할 때는 고조되는 부분에 더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트랙 디테일을 신경 써 작업했습니다. 또 이번에는 처음으로 콘트라베이스와 클라리넷을 직접 녹음했습니다.
고강훈: 이번 앨범의 3번 트랙인 <Waste>는 실험적인 사운드가 많아요. FX 사운드도 재미있게 넣었고, 30번 가까이 녹음한 코러스 콰이어 트랙의 파형을 뒤집어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6. [RSK] 이번 EP에는 총 다섯 트랙이 담겼는데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트랙을 하나씩 고른다면요?
안태규: 저는 역시 <Not Out>입니다. ‘끝이 멸망이든 좋은 곳이든 상관없이 도전하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다’는 메시지가 큰 위로가 돼요. 가사에 담긴 의미와 감정이 노래를 부르는 저에게도 위로와 응원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권세혁: 타이틀 곡인 <Not out>으로 하겠습니다. 투박하지만 에너지 있는 사운드와 멜로디, 가사들이 지금의 드래곤포니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여기서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하는 기대감도 들고요.
편성현: <NEVER>와 <Not Out>입니다. 좋아하는 디테일이 많이 담긴 곡이고, 곡의 무드와 가사에 제 삶이 잘 담겨 있어서 애정이 갑니다.
고강훈: <Waste>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이 많이 담긴 곡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공연할 때 드럼 칠 맛이 나는 곡입니다.

7. [RSK] 만약을 주제로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볼게요. 만약 [Not Out]의 수록곡을 다른 아티스트 한 명에게 리메이크해달라고 한다면, 어떤 곡을 누구에게 맡기고 싶나요?
안태규: <Not Out>을 잔나비 선배님께서 리메이크해 주시면 어떨지 궁금합니다. 하하
권세혁: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G-DRAGON 선배님의 <NEVER>를 상상해 봤습니다. 뭔가 이 곡과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편성현: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선배님의 <NEVER>가 듣고 싶습니다.
고강훈: 실리카겔 선배님들의 <이타심 (To. Nosy Boy)> 들어보고 싶습니다.
8. [RSK] 만약 <Not Out>이 영화나 드라마의 OST로 쓰인다면, 어떤 장면이 어울릴까요?
안태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결국 결심하고 고개를 들며 달려가기 시작한 순간. <Not Out>이 흘러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세혁: <빌어먹을 세상 따위>라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는데 주인공들의 서사가 <Not Out>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편성현: <오징어 게임> 장면 중 게임에서 탈락해 좌절하는 장면에 흘러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강훈: 연속적인 실패를 겪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비칠 때, <Not Out>의 ‘잘하고 싶은데’ 구간이 나오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9. [RSK] 훗날 드래곤포니는 어떤 페스티벌의 헤드 라이너로 서고 싶나요?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고른다면요?
권세혁: 롤라팔루자(Lollapalooza)의 헤드라이너로 서고 싶습니다!
고강훈: 영국에서 열리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헤드라이너가 되어보는 게 꿈입니다!!

10. [RSK] 지금의 드래곤포니에게 ‘열정’, ‘꿈’이란 무엇인가요?
안태규: 저희의 연료가 되는 것 같아요. 도전할 용기를 주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권세혁: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는데요. 그 과정에 있어서 슬픔, 기쁨, 후회 모든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며 살고 싶어요.
편성현: 저는 특별히 대단한 꿈이 있다기보다는 꾸준히 잔잔하게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고강훈: '하루에 다섯 번까지도 공연할 수 있는 에너지’, 그리고 ‘지치지 않는 정신력'입니다!

11. [RSK] 어떤 상상도 가능하다고 할 때, 드래곤포니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안태규: ‘밴드의 시대를 이끄는 선두 주자’, ‘세상에 많은 메시지를 전하며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되는 것’, ‘낭만을 전하는 것’ 등 다양한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강훈: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계속 행복하게 음악하는 드래곤포니가 되고 싶습니다!!
드래곤포니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4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OYE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