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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불사조처럼 날아오를 준비가 된 케빈 우(Kevin Woo)

 

예술과 삶은 종종 서로 닮아 있으며, 그룹 U-KISS 전 멤버이자 배우, 솔로 아티스트인 케빈 우는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이 개념을 실현해 왔다. 리앤 케이 감독의 단편 영화 <서울 스위치(Seoul Switch)>에서 한국계 미국인이자 유명한 케이팝 아이돌의 1인 2역을 맡은 것부터 시작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케이팝 더 브로드웨이>와 앤더슨 팩 감독의 장편 영화 <K-pops!>에 출연한 것까지, 케빈은 정체성, 명성, 자아라는 주제를 꾸준히 탐구했다.

 

그의 최신 싱글 <Phoenix>는 케빈이 3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신곡으로, 2025년 LA 산불 이후 자신의 치유 과정을 반영한 작품이다. 이 노래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힘과 회복력, 역경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케빈의 음악뿐만 아니라, 그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일, 즉 세상에 빛을 비추는 사명과도 맞닿아 있다.

 

 

1. [RSK] 신곡 <Phoenix> 발매를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을 발표한 지 3년이 넘었다고 하셨는데, 지금이 신곡을 발표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지막 작품인 <Got It> 이후로 3년이 조금 넘었네요. 그동안 운 좋게도 여러 공연을 하며 바쁘게 지냈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KPOP>에 합류했고, 덕분에 앤더슨 팩 감독의 영화 <K-pops!>를 비롯한 많은 기회를 얻었죠.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몇 달 동안 LA와 한국을 오가며 촬영을 했고, 또 미국 전역, 일본, 칸 등 해외 여러 도시에서 촬영한 리앤 케이 감독의 단편 영화 <서울 스위치>에도 참여했습니다. 올여름 Tubi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데스 네임>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모든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죠. 

연기 관련 스케줄로 꽉 찬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저는 음악을 놓지 않았어요. 유키스 활동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노래하고 공연하는 것이 제게 가장 큰 기쁨이었거든요. 촬영 틈틈이 해외에 있을 때도 LA에 있는 팀원들과 끊임없이 작곡하고 작업했습니다. 그 덕분에 앨범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곡을 쌓았죠! 연기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이 <Phoenix>로 돌아오기 완벽한 시기인 것 같아요.

 

 

2. [RSK] <Phoenix>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작년에 팀과 함께 쓴 이 곡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 목소리, 사운드, 그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 아티스트로서 진정한 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요. 특히 제가 활동했던 2세대 케이팝 산업은 창작의 자유가 상당히 제한적이었죠. 요즘은 3세대, 4세대, 심지어 5세대 아티스트까지 등장하면서 레이블이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자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Phoenix>는 제가 껍질을 깨고 케이팝이라는 페르소나를 벗어나 진정한 제 모습을 탐구하는 과정을 표현한 곡입니다. 한국에서 LA로 이사하고, '유키스의 케빈'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저를 재발견하며, 아시아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의미를 찾아가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레이블이 없는 독립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죠. <Phoenix>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장애물과 고난이 닥쳐도, 잿더미에서 불사조처럼 더 강하게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는 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며, 제 여정을 공유하며 변화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3. [RSK] 여러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곡을 썼는데, 다양한 영화 세트와 창작 공간이 음악에 영향, 영감을 주었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저는 연기와 노래, 그리고 모든 형태의 예술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안전지대를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경험이었어요. 특히 연기는 제게 일종의 치료법처럼 다가왔습니다. 수업을 듣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트라우마를 풀어낼 수 있었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내면을 탐구하면서 영감과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챕터에서 저는 더 솔직해지고 싶어요. 관객들은 제 케이팝 커리어의 화려함만 봐왔지만, 이제는 인간 케빈 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음악의 다음 챕터는 더 개인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거예요.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4. [RSK] 지금까지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영화 프로젝트가 있나요? 


<서울 스위치>는 제게 중요한 전환점이었어요. 주연으로 출연하고, 부프로듀서로 무대 뒤에서 일하는 동안 제 커리어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죠.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하며 어린 나이에 케이팝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간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반영하고 있어요. 영화를 분석하고 작업하면서, 제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더 명확해졌습니다.

 

 

5. [RSK] 앨범 발매 이후 오랜만에 스튜디오로 돌아와 곡을 녹음한 소감은 어땠나요? 작업 환경은 어땠나요? 


저는 항상 녹음 스튜디오에 있었어요. 브로드웨이에서 <KPOP>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또한 앤더슨 팩 감독과 함께 영화 사운드트랙을 녹음하면서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프로덕션이 아닌 제 음악을 위한 프로젝트에서 작곡하고 녹음하는 경험은 정말 신선했어요. 가장 큰 차이점은 환경이었어요. 유키스와 함께 녹음할 때는 세션이 체계적이고 목표 지향적이었지만, 이번에는 곡이 히트할지, 특정 타깃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왜냐하면, 가장 친한 친구들, 즉 저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들만 스튜디오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곳은 제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었습니다. 작곡 과정에서 치유를 받았어요. 경험, 읽은 책, 본 영화, 심지어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스럽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죠. 우리는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창의력이 자유롭게 흘러나오도록 했습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모국어인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었어요. 케이팝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대부분 한국어로 가사를 썼죠. 하지만 지금은 가요, R&B, 팝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자유롭게 영어로 작업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모든 경험들이 저를 성장하게 해주었습니다.

 

 

6. [RSK] 창작 과정에서 영감을 준 노래, 아티스트 또는 영화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저는 R&B의 열렬한 팬입니다. 이번에 작업한 새로운 사운드를 통해 제 뿌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어요. 어셔(Usher), 니요(Ne-Yo), 오마리온(Omarion)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그 시대가 바로 제가 음악과 R&B에 빠져들게 된 계기였어요. 2000년대, 2010년대, 심지어 90년대까지, 저는 이 시대의 음악을 현대적인 비트와 멜로디로 융합하고 싶었어요. 요즘 저는 시저(SZA)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고, 투이(Thuy)라는 아티스트도 좋아해요. 사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주류 팝계에서 이름을 알린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를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인 친구들과 영감을 주고받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멜로디적으로는 좀 더 감정적인 본질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브루노 마스(Bruno Mars) 역시 발라드와 R&B에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큰 영감을 주죠. 요즘 팝과 R&B는 그런 감정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더 캐치한 곡이나 틱톡 중심의 댄스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하지만 저는 항상 소울풀하고 감성적인 좋은 음악에 깊이 공감해왔습니다.

 

 

7. [RSK] 케이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표 지향적이고 지표 중심의 접근 방식에 비해 작곡 과정이 매우 개인적이고 자유롭다고 하셨죠? 이제 이러한 목표를 지시하는 레이블이 없는 독립 아티스트가 되었으니, 앞으로 음악과 예술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 성공이란 제 이야기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에요. 특히 저처럼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케빈, 당신이 내 인생을 바꿨어요”라고 말한다면 그 의미가 클 거예요. 또한, 음악을 발표하거나 의미 있는 청중을 확보하는 데 대형 레이블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업계에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죠. 저는 진정성과 팬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싶어요. 기존의 팬분들과 새로운 리스너들 모두에게요. 팀과 함께 제 속도에 맞춰 작업하고 제 방식대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에요.

 

 

8. [RSK] 케빈은 이미 음악 및 플랫폼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요.<Phoenix>의 상품 수익금이 LA 산불 구호 활동에 쓰인다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감사했어요. LA가 고향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이번 화재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그 주는 저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화재가 시작되었을 때 저는 서울에 있었고, 화재가 계속 진행 중이던 9일에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거든요. 집 근처에서 대규모로 재난이 발생한 건 처음이라 정말 힘들었어요. LA는 가족이 살고 있는 도시이자 제가 매우 사랑하는 곳이기에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커뮤니티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어요. 주변에는 팰리세이즈, 알타데나, 패서디나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화재의 직접적인 피해를 봤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야 했습니다. 대기질이 악화되면서 부모님을 데리고 도시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죠.

 

불이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끊임없는 걱정 속에 잠 못 이루고 불안하고 무력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 시간 동안 저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플랫폼을 활용해 LA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상품 판매와 음악을 통해 기금을 모금하기로 했습니다. 음악은 언제나 힘든 시기에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죠.

 

 

9. [RSK] 이번 사건으로 인한 황폐함과 고난으로 인해 '불사조'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게 느껴지는 듯하네요.  

2023년에 썼던 <Phoenix>라는 곡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때,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사가 그 순간에 딱 들어맞았고, 지금이 바로 그 곡을 세상에 내놓을 적기라는 것을 직감했죠. 이 음악을 공유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물론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음악 작업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저는 가능한 한 빨리 발매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2월 11일을 발매일로 정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이 노래는 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이나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노래라고 믿습니다. <Phoenix>를 발매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인 것 같았어요.

 

 

10. [RSK] 이 모든 과정을 통해 LA 커뮤니티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지켜본 소감은 어땠나요? 특히 LA 산불 구호 슈퍼 콘서트와 수많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감동했습니다. 


앤더슨도 공연을 했더라고요. 저도 그 공연을 봤는데요. 평생 존경해 온 아티스트들이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1월과 2월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음악 업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인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나 다른 형태의 기부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죠. 전에는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고, 그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돕고,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요. <Phoenix>라는 곡은 산불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노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나 도전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곡이에요. 그 곡을 만들 당시의 저도 정말 힘든 시기였거든요. 변화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느끼거나, 삶에서 무언가를 극복하려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길 바랍니다. <Phoenix>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감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어요.

 

 

11. [RSK]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결심을 세우고 계신가요? 2025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새해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일종의 순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동안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과거에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많은 압박을 주곤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그런 일을 오히려 피하게 되더라고요. 엄격한 기대치로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은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인생이 짧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산불과 같은 사건은 저에게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었어요. 이제는 미래를 지나치게 생각하기보다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지금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미루기보다는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열린 자세를 유지하려고 해요. 20대에는 성공을 향한 체계적인 경로에 더 집중했지만, 지금은 제게 다가오는 모든 것에 열려 있고, 삶의 변화에 따라 기꺼이 적응하려고 합니다.

 

 

12. [RSK] 마지막으로, 앤더슨 팩과 함께 만든 영화 <K-pops!>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2024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에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했는데, 정말 엄청난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립 박수를 받았고, 상영관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어요. 이 영화는 유머와 진심이 가득 담겨 있고, 앤더슨의 팬이라면 그가 음악 천재이자 재치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앤더슨의 에너지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긴 덕분에 관객들은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었죠. 케이팝 팬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장르를 접할 수 있었고요. 앤더슨 감독은 케이팝과 미국 음악, 그리고 한국, 흑인, 미국 문화 등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는 놀라운 작업을 해냈습니다. 이 영화는 진정한 문화 융합이자 모든 연령대와 음악적 취향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개봉일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곧 이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사운드트랙이 정말 굉장할 것이라는 점이에요.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했거든요. 영화 애호가든 음악 팬이든, 모두 만족할 만한 영화입니다.

 

 

Photographs by Kevin Woo, Seoul Switch, T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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