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Interview

샘 모건(SAM MORGAN), 우연과 내려놓음,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배우이자 감독, 뮤지션, 모델. 샘 모건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여러 개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는 언제나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보다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움직임을 믿는다.

쇼타임(Showtime) 드라마 시리즈 <쉐임리스(Shameless)>에서 제레미 앨런 화이트와 함께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파라마운트(Paramount) 드라마 시리즈 <아메리칸 우먼(American Woman)>을 비롯해 독립 영화, 글로벌 패션 신을 오가며 자신만의 궤적을 차분히 쌓아왔다. 인디애나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와 베를린을 거쳐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러 프로젝트의 제작을 앞둔 지금, 샘 모건과 그의 ‘지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 [RSK]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 한국 팬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 저는 샘 모건이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배우이자 모델, 뮤지션입니다. 사실 제 인생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어릴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국인이었어요. 그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자매가 많아서 늘 에너지가 넘치고 정말 재미있었죠. 다 같이 H.O.T. 안무를 따라 추고, 고스톱을 치면서 보아 음악을 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고스톱 실력은 지금도 별로지만요. 그래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2. [RSK] 14살에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느끼나요?

 

얼마 전에도 누군가와 이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저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다만 규모가 커졌을 뿐이죠. 예전에는 제 작업을 지켜보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더 대담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저는 놀라울 만큼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단지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뿐이죠. 그리고 그 점이 저는 참 좋습니다. 굉장히 위안이 돼요.

 

 

3. [RSK] 연기, 연출, 음악, 모델 활동까지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잖아요. 한 가지 정체성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진 않나요?

 

가끔은 느껴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원래 굉장히 넓고 다양한 관심사와 꿈을 가진 존재잖아요. 그런데 사회는 늘 사람을 이해하기 쉬운 하나의 ‘상자’ 안에 넣고 싶어 하죠. 저 역시 타인을 그렇게 바라볼 때가 있고요. 아마 인간의 본성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삶의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면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노래 가사처럼요. “정말 길고도, 참 이상한 여행이었지.”

 

 

4. [RSK]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졸업 작품은 유명 쇼러너와 함께 제작됐죠. 그 시기는 창작자로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맞아요. 그 시기는 제게 정말 결정적이었어요. 당시 존 리기(John Riggi)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죠. 그는 제가 그전보다 훨씬 더 크게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대본을 쓰면 그가 직접 읽고, 집에서 배우들과 테이블 리딩을 하기도 했고, 현장에서 연출을 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기회도 주었죠. 그 과정에서 저는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어요. 

또 하나 크게 배운 건, 언젠가 자신도 ‘엘리베이터를 다시 아래로 내려야 한다’는 책임이었습니다. 지금은 저도 몇 명의 멘티를 두고 있는데, 그 역할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5. [RSK] 커리어의 중요한 순간들이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어요. 타이밍과 기회, 준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타이밍은 정말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회는 언제든 문을 두드리지만,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결국 그게 ‘맞는 때’가 되는 거죠. 예전에 루시 헤일의 인터뷰에서 ‘자기 인생의 타이밍을 믿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공감됐어요. 예술가로 산다는 건 결국 미지의 세계에 자신을 내맡기는 일이니까요. 두렵지만, 동시에 아주 깊고 의미 있는 선택이죠. 그렇게 살아갈 때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모험이 됩니다.

 

 

6. [RSK]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베를린 등 여러 도시에서 살고 일했어요. 장소가 창작에 영향을 주나요?

 

물론이에요. 우리는 결국 우리가 지나온 장소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해요. 베를린은 특히 제게 강렬했어요. 그곳만큼 ‘나답다’고 느껴진 도시는 없었거든요. 저는 조금 어둡고 무디면서도, 동시에 즐길 줄 알고 자연을 사랑하는데 베를린은 그 모든 걸 품고 있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저는 여전히 인디애나의 작은 도시에서 자란 아이이기도 해요. 나이가 들수록 그 사실이 더 분명해지고, 그런 뿌리를 가진 게 참 자랑스럽습니다. 뿌리가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7. [RSK] 음악은 늘 연기와 함께해왔죠. 두 작업은 창작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나요?

 

저에게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과 배우로서 대본에 접근하는 방식은 완전히 같아요. 핵심은 ‘영혼’이고, 그걸 기술과 표현으로 풀어내는 거죠. 노래를 부를 때든, 캐릭터를 연기할 때든 제 목표는 단 하나예요. 가사나 대사를 통해 ‘샘이라는 사람의 진실’을 전하는 것. 결국 마음에서 나온 건 마음으로 가잖아요.

 

 

8. [RSK] 유니세프와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인도주의 단체와도 함께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이 왜 중요하다고 느끼나요?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어요. 이 단체들은 오랜 시간 검증된 곳들이고, 정말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생명을 구하는 지원을 합니다. 특히 전쟁 지역에서 정부보다 먼저 민간인을 돕는 경우도 많죠. 그 용기는 정말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9. [RSK] 여러 새 프로젝트를 앞둔 지금, 현재의 삶과 커리어를 어떻게 설명하고 싶나요?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많지만,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사람으로서, 예술가로서요. 그래서 지금의 저를 표현한다면 ‘만족(content)’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늘 안절부절못하던 저에게 이 감정은 꽤 놀랍고, 또 아주 좋네요.

 

 

10. [RSK] 2026년에 공유할 수 있는 계획이 있을까요? 한국 방문을 기대해도 될까요?

 

이야기가 완벽하게 원점으로 돌아가네요.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조기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일곱 살 때부터 제 버킷리스트였거든요. 친구와 그의 자매들이 롯데월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정말 부러웠던 기억이 나요. 어쩌면 2026년이 그 꿈을 이루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Photographs by Mirko Morelli 

by Kary H. Rho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