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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제이슨 리의 <별> “색소폰 소리를 듣는 순간 ‘이거다’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제이슨 리가 돌아왔다. 그의 색소폰 연주와 후디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곡, <별>을 들고서. 이야기의 주제는 색소폰으로 시작해, 신곡으로, 음악으로, 올 한 해의 기억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에는 줄곧 색소폰이 있었다.

 

 

1. [RSK] ‘으른 남자’와 ‘소년’ 사이를 넘나드는 하루였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와 함께한 화보 촬영, 어땠나요? 

 

제이슨 리: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화보 촬영은 예전부터 제가 너무 염원하던 일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신나고 좋았죠. 말씀하신 대로 ‘으른 남자’가 오늘 촬영의 첫 번째 콘셉트였어서 멋지게 슈트를 입고 진지한 포즈를 취하고 싶었는데, 미소가 감춰지지 않아서 웃음기 빼느라 힘들었어요.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해요.(웃음)

 

 

2. [RSK] 제이슨 리를 모르는 이에게 내 노래를 딱 한 곡만 들려줄 수 있다면 어떤 노래를 택할 거예요?

 

제이슨 리: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Sax In The City (Feat. Hoody)>요. 이 곡은 제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은 곡이에요. 우선 리스너분들께 가장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유학 후 한국에 와서 색소폰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제 색깔을 가장 잘 담은 곡이기도 하고요. 음악적으로 보면 연주와 가창이 절반, 절반 분량으로 구성된 곡인데 제가 아는 범위에선 그동안 없었던 형식이었어요. 기존에는 색소폰이 가창곡의 인트로나 중간 전주 혹은 아웃트로를 채워주는 스타일의 곡이 많았고, 아니면 색소폰이 한 곡을 모두 채우는 연주곡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곡은 색소폰과 보컬이 완전한 듀엣 형태가 돼서 나눠 부르고 있어요. 색소폰이 벌스(Verse)를, 보컬이 후렴(Hook)을요!

 

 

3. [RSK] 제이슨 리를 설명할 때 뺄 수 없는 건 역시 색소폰일 거예요. 많고 많은 악기 중 색소폰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제이슨 리: 드럼 연주자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가까이하며 지냈어요. 공연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듣는 이런 생활이 저에게는 일상이 됐죠. 그래서 저도 아버지처럼 음악이 하고 싶어졌고, 그러려면 악기를 선택해서 음악학교에 진학하는 게 음악을 계속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밴드에서 드럼은 연주자분들 중 가장 뒷자리에서 연주하는데 그래서인지 아버지께서 저는 밴드의 가장 앞에 서길 원하셨어요.(웃음) 그렇게 악기를 고민하던 중 처음으로 색소폰 소리를 들었고 ‘이거다!’하는 마음이 들어 택했습니다.

 

 

4. [RSK] 그렇게 색소폰을 처음 든 게 언제였어요? 그 사이사이엔 플루트 같은 악기들도 있을 텐데, 몇 살 무렵에 어떤 악기를 접하고 배웠는지, 제이슨 리의 악기 역사가 궁금합니다.

 

제이슨 리: 색소폰을 처음 시작한 건 15살 때예요. 그리고 플루트를 처음 접한 건 대학 시절 때고요. 플루트는 버클리에서 선택 수업으로 신청하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운지법이 색소폰과 거의 비슷해서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종종 꺼내서 연주하곤 하지만 꾸준히 하진 않아서인지 늘지는 않네요.(웃음) 가끔 곡에 플루트가 필요하면 직접 연주하곤 해요. 얼마 전 발매한 앨범에도 플루트로 녹음한 곡이 수록돼 있는데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귀엽게 들어주세요!

 

 

5. [RSK] 후디와 함께한 새 싱글 <별>은 어떤 곡이에요?

 

제이슨 리: ‘지금은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하늘에 빛나는 저 별처럼 나도 곧 환하게 빛날 거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위로의 곡이에요.

 

 

6. [RSK] 이 협업은 어떻게 시작됐어요?

 

제이슨 리: 후디와 함께한 지난 작업에서 <Sax In The City (Feat. Hoody)>라는 멋진 곡이 탄생했고, 많은 분이 저와 후디와의 조합을 좋아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언제라도 함께 또 멋진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어요.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기존에 발표한 곡보다 더 좋은 곡으로 말이죠. 그런데 어느 날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득 후디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듯 지나갔어요. 마치 이 곡을 후디가 부르고 있는 듯이요. 그때 바로 후디에게 곡을 보냈어요. ‘같이 만들어보면 좋겠다! 이 곡은 후디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요.

  

 

7. [RSK] 함께하는 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생겼을 것 같은데, 일화 하나 꺼내줄 수 있어요?

 

제이슨 리: 작업할 때 서로 배려하는 스타일이라 우당탕탕 일화 같은 건 없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까지 후디와 함께 작업한 시간 내내 그 어떤 것도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없었다는 것. 그게 일화라면 일화예요. 후디는 음악을 너무 잘해요. 최고의 알앤비 아티스트답게 가사와 멜로디 라인이 특히 최고입니다.

 

 

8. [RSK] 다가오는 겨울에는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고요. 공연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이슨 리: 겨울 콘서트는 제가 그동안 연주자로서 이루고 싶었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색소폰으로 듣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정말 좋거든요. 겨울엔 색소폰, 색소폰은 겨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색소폰은 겨울 음악과 잘 어울리는데요.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크리스마스 캐럴을 멋지게 편곡해서 들려드릴 계획이에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9. [RSK] 요즘 제이슨 리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노래가 흐르나요?

 

제이슨 리: 요즘엔 듣기 편한 노래를 주로 찾아 듣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 플랫폼에서 얻는 알고리즘에 굉장히 큰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몰랐던 좋은 곡을 다양하게 알려주거든요. 흔히들 알고 있는 아티스트의 타이틀곡 말고, 보석 같은 수록곡을 알게 되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 운전할 땐 이모셔널 오렌지스(Emotional Oranges)의 <Just Like You>랑 SG 루이스(SG Lewis), 클레어(Claire)의 <Better> 즐겨 들어요! 이 <Better>를 듣고 나면 제이슨 리의 <Better>를 끌어다 주는 알고리즘… 최고예요.(웃음)

 

 

10. [RSK] 처음 사랑하게 된 음악이 뭐였는지 혹시 기억해요? 가령 처음 구매한 앨범이라거나, 한 곡 반복을 멈출 수 없었다든가 하는 음악이요.

 

제이슨 리: 저는 알앤비, 힙합 그리고 팝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어릴 적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와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의 <One Sweet Day>를 듣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11. [RSK]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죠? 단독 공연도 개최하고, 버스킹 무대도 꾸미고,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무대에도 오르고… 올해를 회상할 때 가장 인상 깊게 각인된 건 어떤 장면이에요?

 

제이슨 리: 하나만 고르려니 너무 힘드네요… 올해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일이 많이 있었거든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는데 상상도 못 할 만큼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어요. 덕분에 이번 겨울 콘서트까지 열게 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죠. 일 년에 단독 공연을 두 번이나 하게 되다니 정말 꿈 같아요. 꼭 한번 서보고 싶었던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무대에도 오를 수 있었고요. 그 밖에도 여러 페스티벌과 방송까지… 좋은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게다가 이렇게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화보와 인터뷰까지, 정말 행복합니다.

 

 

12. [RSK] 스스로가 생각하는 뮤지션으로서 나의 강점은 뭐예요?

 

제이슨 리: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음… 실력과 퍼포먼스를 모두 갖추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죄송합니다….

 

 

13. [RSK] 많은 것들을 이룬 한 해를 차츰 마무리하기 시작하는 지금,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살짝 스포일러해줄 수 있어요?

 

제이슨 리: 저는 굉장히 대문자 P예요. 즉흥적이죠. 내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보다는 오늘을, 이번 달을 최선을 다해 지내려 해요. 여전히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고, 더 많은 분을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컬래버 작업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상상하지 못한 분들과의 협업을요.

 

 

14. [RSK] 벌써 올해가 저물어가고 있어요. 크리스마스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고요. 지금 소원을 빈다면 어떤 소원을 빌 거예요?

 

제이슨 리: 계속 음악 하면서 살고 싶다고 빌래요. 그리고 내년에는 저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요. 그래야 제 음악을 더 많은 분께 들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고요.

 

제이슨 리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o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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