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가 새 미니앨범 [FALLIN']으로 돌아왔다.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그리움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쓴 곡들이에요.”
1. [RSK] 미니앨범 [FALLIN']으로 복귀입니다. 신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FALLIN']은 타이틀곡이 정해지고 나서 곡을 모으게 됐는데요. 타이틀곡을 정하는 게 하나의 풍파였고, 쉽지 않았어요. 의견이 다 달라서 하나로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데모 곡들을 들어보게 됐고요. 그 데모곡들 중에 이제 <FALLIN'>이 있었고, 싸이 대표님께서 ‘이 곡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이 곡을 다 같이 들었을 때 만장일치로 ‘이 곡이 타이틀이다’라고 의견이 모이게 됐고 저도 너무 좋다고 했어요. 메시지도 좋고, 곡 분위기도 좋고, 지금 써뒀던 곡들을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을 수 있는 좋은 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FALLIN'>을 타이틀로 정했어요. 이 곡이 되게 잔잔하고 자극적인 단어나 멜로디가 없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랑하게 되고, 또 그걸 잃게 되고, 헤어짐의 무게를 알게 되고, 또 그러면서 관계에 있어서 적당함이라는 걸 배우게 되고… 이런 메시지들이 너무 좋았어요. 단순히 연인과의 이별뿐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를 떠올릴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고요. 들으시는 분들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FALLIN'>을 타이틀로 걸게 되었습니다.
2. [RSK] 준비 과정에 풍파가 많았다고 했는데, 녹음 과정은 순조로웠나요?
<FALLIN'>은 제가 참여하지 않고, 비아이 님이 써주신 곡이에요. 원래는 되게 강렬하고 파워풀한 노래를 많이 쓰신다고 생각했는데, ‘감성적이고 순수한 감성을 풀어내실 수 있구나’, ‘다 잘하시는 분이구나’ 싶었어요. 가이드를 들었을 때도 그 감정이 너무 좋았고요. 이 곡의 풍파는 녹음 과정에 있었는데요.(웃음) 가이드를 들었을 때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톤을 잡는 것부터 감정 표현하는 것까지 녹음하는 데 제일 긴 시간이 걸렸어요. 수정까지 한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3. [RSK] 이번 앨범엔 수록곡들로 참여한 거군요?
네 맞아요. 7번은 연주곡 트랙이고, 그 외의 모든 트랙을 여느 때처럼 제가 작사하고 작곡했습니다.
4. [RSK] 이번에는 피처링이 없는 게 맞나요?
맞아요. 피처링이 없는 앨범이 아마 처음인 것 같아요. 단 한 분도 안 계시는 게. 제가 그리움을, 그리고 제 얘기를 온전히 들려드리려고 하다 보니, 더 진솔하게 다가가려면 저 혼자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모든 걸 가르쳐준 사람이니까> 같은 곡은 사실 2절을 비워두고 작업했는데, 타이틀과 앨범이 정해지고 나서는 ‘혼자 채워보자’하는 마음으로 혼자 쭉 부르게 됐습니다. 피처링 가수가 있으면 분위기 전환도 확 되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혼자 부르는 게 메시지가 잘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5. [RSK] 정규앨범 [She's Fine] 때는 주인공을 상상해서 썼다고 했잖아요. 이번 [FALLIN’]은 본인의 얘기예요?
네, 좀 더 일기장 같은 앨범이에요. 이 곡들을 꾸리면서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들으시는 분들께서 각자 어떤 그리움의 대상을 국한하지 않고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특히 타이틀곡이 또 그런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쓰면서는 제 얘기였고, 들려드리면서는 들으시는 분들의 얘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6. [RSK]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염두에 두고 쓴 곡도 있나요?
<모든 걸 가르쳐준 사람이니까>라는 곡은 지금의 제 모습이 되기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영향을 줬고, 콕 집어 말하자면 특히 첫사랑이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의 취향, 생각하는 방식, 음악을 고르는 기호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썼던 곡이고, ‘나는 나 혼자만이 만든 게 아니다’ 이런 생각으로 썼던 곡이이에요. <미래일기>는 제가 예전에 썼던 일기장을 우연히 탁 펼치게 돼서, 일기장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쓴 곡이고, <겉마음>이라는 곡은 최근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다들 밖에서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그 마음 안엔 웃지 못할 사연이나 사정이 있단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모두가 ‘그런 마음을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썼어요. 이 곡에 조금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최근에 ‘방앗간’이라는 저희 팬 커뮤니티가 생겼는데요. 항상 천진난만하고 밝게 웃고 있는 우리 ‘떡’(헤이즈 팬덤 애칭)들이 저에게 써준 글을 보고 생각도 못 했던 아픔이 있었던 걸 알게 되며 ‘다들 속마음과 다른 겉마음으로 지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8월 팬미팅 때 선공개로 들려드렸더니 ‘그 곡이 위로됐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애착이 더 생겼어요. <점>은 제 오른쪽 얼굴에 점이 있어요. 그 점에 비유해서 쓴 곡인데, 항상 어떤 관계에 있어서 한 점을 시작으로 선도 그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색칠도 해서 우리가 더 크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늘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단 걸 경험하면서 쓴 곡이에요. <내가 없이>라는 곡은 여태까지는 나를 떠난 대상에 대한 곡을 쓸 때 ‘내가 괜찮지 않은 것처럼 너도 괜찮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조금씩은 담겨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노래는 정말 진심으로, ‘이제는 내가 없어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쓴 곡이에요. 모든 곡에 이렇게 저만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7. [RSK] 꾸준하게 사랑받는 대표곡이 많잖아요. 회자되는 곡이 많다 보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담될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너무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이 정도로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곡을 또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 있긴 해요. 그래도 ‘그때 이런 곡들을 만들어놔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 당시에 사람들과 저, 날씨나 어떤 시대적인 배경이 잘 맞아떨어져서 많이 사랑받았던 것처럼 또 언제 그런 곡이 또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곡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8. [RSK] 최근 앨범 내는 텀이 길어졌죠?
예전에는 곡을 써놓고 고민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더 짧았다면 지금은 한 곡, 두 곡, 세 곡을 써놓고 ‘이 정도면 충분한가?’ 하는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어요. 또, 이번 앨범 같은 경우 덜어낸 곡들도 있고 그러다 보니 더 늦어졌고요. 발매 시기에 맞춰서 다듬어야 하는 과정도 있고, 또 생각하는 것도 많아지고… 더 복잡해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계속 길어지는 것 같아요.
9. [RSK] 그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제일 큰 이유는 뭘까요?
욕심인 것 같아요.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여기서 더 건드리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욕심들인데 사실 정답은 없으니까 마지막 순간에는 항상 이런 생각으로 저를 탁 잘라내는 것 같아요.
10. [RSK]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긴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돌아보면 저는 참 겁이 많았어요. 서투른 저 자신에게 채찍질도 하곤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또 그런 서툴렀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그 시간의 저에게 고맙기도 해요. 또,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헤이즈라는 가수의 음악을 궁금해하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계속 노래하고 활동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같이 걸어와 준 동료분들, 스태프분들께도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최근에 엄청 많이 했어요.
11. [RSK] 10년 전, 데뷔 직후 상상했던 10년 후의 나와 실제로 10년이 흐르고 난 후의 나는 어떻게 달라요?
저는 제가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어요. 그러니까 과거의 제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잘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냥 노래를 쓰는 게 좋았고, 그걸 혼자 방 안에서 녹음해서 듣고, 그런 것들이 재밌었던 사람이었거든요. 어떻게 해야 가수가 되는지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너무 좋은 기회로 <언프리티 랩스타 2>에 나가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온 거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었던 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계속 새롭고, 늘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서 무대를 하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에 대해 그때까진 정말 깊이 생각 못 했었던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였으니까.
12. [RSK] 신보 목표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가을 하면 떠오르는 앨범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근데 저는 음악이라는 게 당장은 알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당장이어도 좋고, 시간이 흘러서도 좋고. 결국에는 가을을 떠올릴 때 회자될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고, 또 그리울 때 생각나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고, 나아가서 저라는 사람도 그리운 순간에 떠오르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13. [RSK] ‘음악이라는 게 당장은 알 수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궁금해진 건데,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곡은 느낌이 좋다’거나 ‘이 곡은 정말 잘될 줄 몰랐다’ 하는 곡들이 있어요?
저는 정말 항상 몰랐어요. 사실 <비도 오고 그래서 (Feat. 신용재)>라는 노래도 처음엔 타이틀곡으로 탈락됐었거든요. 그래서 앨범이 나오고 나서 비가 오는 첫날에 이 노래를 공개하자는 그런 마케팅을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그 노래를 너무 좋아했었으니 알고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어렵네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항상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때그때 사람들과 나에게 맞아떨어지는 코드가 분명히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알 수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계속 좋다고 생각하고 내야 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14. [RSK] 앞으로의 헤이즈는 어떤 모습일까요?
앞으로도 저의 본분을 잊지 않고 싶어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노래를 듣고 너무 큰 위로가 됐어요’, ‘노래를 듣고 정말 깊이 공감했어요’ 이런 내용이에요. 앞으로도 잘 고민해서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는 곡들을 계속 들려드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웃으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15. [RSK] 지금까지 10년을 달려왔는데, 또 10년이 지난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상상이 정말 잘 안 가요. 제가 원래 먼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보단 그때그때 생각하면서 사는 타입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제가 바라는 건 지금처럼 이렇게 음악을 들려드리고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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